지난해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국제농기계전시회(SIMA)에서 바이어들이 전시제품을 둘러보고 있다. SIMA는 해외에 진출한 대표적인 프랑스 전시회 중 하나다.  프로모살롱 코리아 제공
지난해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국제농기계전시회(SIMA)에서 바이어들이 전시제품을 둘러보고 있다. SIMA는 해외에 진출한 대표적인 프랑스 전시회 중 하나다. 프로모살롱 코리아 제공
프랑스는 독일과 더불어 유럽의 전시산업 강국이다. 하지만 차이도 있다. 독일 전시회가 뒤셀도르프 쾰른 프랑크푸르트 등 도시별로 산재해 있다면 프랑스 전시회는 주로 파리에 집중된 게 특징이다. 마케팅 방법도 다르다. 독일은 각 전시장이나 전시주최사별로 마케팅을 한다. 반면 프랑스는 공동으로 마케팅을 한다. 프랑스 전시회 중 해외로 뻗어가는 대표적인 전시회는 ‘국제식품전시회(SIAL)’와 ‘비넥스포(와인 및 주류전시회)’ 등이다. 전시산업을 전략산업으로 키우고 있는 한국으로선 아직 국제전시회 경험이 부족해 지역별 전시장이나 전시산업이 개별적으로 해외 마케팅에 나서긴 힘들다. 이런 측면에서 한국 전시산업계가 프랑스 전시산업 모델을 주목할 만하다.

프랑스 전시산업이 해외로 뻗어가고 있다. 전시산업 자체가 수출산업이다. 아직까지 국내용에 머물고 있는 한국의 전시산업과는 차이가 있다.

해외로 뻗어가는 프랑스 전시회의 대표주자 중 하나는 ‘SIAL’이다. 파리 전시회의 반세기 노하우를 바탕으로 중국, 캐나다, 중동, 동남아시아 시장으로 진출했다. SIAL은 파리와 5개 해외 전시회(캐나다, 중국, 인도, 자카르타, 중동)를 개최하면서 지난해 1만4000여 개 출품업체와 194개국에서 32만4400명의 방문객을 유치했다.

[BIZ Success Story] 와인·식품 전시회 수출하는 프랑스… 전시강국 이끈 힘은 '프로모살롱'
국제농기계전시회(SIMA)는 파리에 이어 태국, 알제리 등지에서 열린다. 이 중 SIMA파리는 격년제, 태국과 알제리는 매년 개최된다. 국제건설장비전시회(INTERMAT)는 파리에 이어 태국에서도 열리고 있다. 국제보안·방산전시회(MILIPOL)는 파리, 카타르, 싱가포르에서 열린다.

프랑스의 대표적인 전시주관사는 코멕스포지움이다. 이 회사는 식품, 농업, 패션, 국토 안보, 건설, 하이테크, 광학 및 운송 등 11개 분야에서 170개 이상의 대중 및 전문전시회에 관여하고 있다. 코멕스포지움은 연간 26개국에서 4만5000개의 출품업체와 300만 명 이상의 방문객을 유치하고 있다. 한국, 일본, 중국, 알제리, 아르헨티나, 벨기에, 브라질, 캐나다, 중국, 독일, 인도, 인도네시아, 이탈리아, 영국, 미국 등 약 30개국에서 활동하고 있다.

프랑스 전시산업의 독특한 모델은 ‘프로모살롱(프랑스국제전시협회)’을 통한 공동마케팅이다. 프랑스 대외경제무역부, 파리상공회의소, 프랑스전시회연합회가 1967년 공동 창설한 프로모살롱은 프랑스에서 열리는 각종 국제전시회의 해외홍보를 담당하는 기관이다.

프랑스는 연간 약 450개의 국제 전시회를 주최한다. 이 가운데 320개는 산업전시회(바이어만 들어올 수 있는 무역상담전시회)다. 이들 전시회에는 연간 약 16만2000개의 출품업체와 1370만 명의 방문객이 찾는다. 산업전시회에는 출품업체의 49%, 방문객의 31%가 해외에서 참가한다. 이들 전시회 중 주요 전시회의 마케팅을 담당하는 조직이 프로모살롱이다.

프로모살롱은 프랑스 무역전시회 톱 20개(방문객 수 기준) 가운데 15개를 담당한다. 이들 전시회는 프랑스 무역전시회의 해외 방문객 가운데 67%를 차지한다. 프랑스에서 열리는 전시회의 해외 업체 참가율은 약 50%에 이르는데 이 같은 유치 활동의 견인차 역할을 하는 게 바로 프로모살롱이다.

프로모살롱 한국지사도 서울 강남에 있다. 김선의 프로모살롱코리아 대표는 “프로모살롱은 55개 지사(120개국 관장)를 두고 국제 전시회 홍보 네트워크를 갖춘 기관”이라며 “나라에 따라 지사 및 파트너 형식으로 프랑스대사관 상무관실이나 프랑스상공회의소 등에 사무실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지사도 프랑스대사관 상무관실 내에 있다. 매년 15개의 전문전시회를 홍보하고 있다.

프랑스 전시산업 관계자들은 해외를 돌며 적극적으로 전시회를 홍보한다. 2016년 6월 서울 더플라자호텔에서 열린 ‘한·프랑스 농식품 혁신 및 트렌드 간담회’에서는 프로모살롱의 올리비에 멜르리오 회장(당시), 코린 모로 사장, 프레데리크 드 바스트 파리일드프랑스기업진흥청 해외마케팅 총괄이사 등 간판급 인사 10여 명이 내한하기도 했다. 작년에는 파리 모터쇼 홍보차 프랑스모터쇼 장 클로드 지로 대표, 2017년 SIAL차이나 마케팅을 위해 SIAL베이징지사 짐 류 대표와 케이트 바 홍보이사가 방한하기도 했다.

국내 전시산업의 한 관계자는 “한국은 국내에서 열리는 전시회들이 이름만 ‘국제’ 전시회인 경우가 많다”며 “결국 해외로 진출해야 하는데 전시장이나 전시주최사별로 국제 마케팅조직을 꾸리는 것은 어렵기 때문에 프로모살롱을 적극적으로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낙훈 중소기업전문기자 n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