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 '올레드TV의 폭풍 질주' 시작됐다
LG전자에서 TV사업을 담당하는 HE사업본부의 지난 1월 영업이익이 2000억원을 돌파했다. LG전자에서 한 사업본부의 월간 영업이익이 2000억원을 넘어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올해도 올레드TV의 판매 호조가 이어지며 LG전자 영업이익은 1분기에 1조원, 연간으로는 3조원을 뛰어넘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TV시장 비수기에도 질주

전자업계 관계자는 7일 “HE사업본부가 올 들어 LG전자 내부 전망도 뛰어넘는 실적을 올리고 있다”며 “월간 기준으로 1월에 LG전자 내에서 사상 최대 실적을 올렸다”고 전했다. 이 같은 ‘기록’은 악조건 아래서 일궈냈다는 점에서 더욱 주목된다. 11~12월 미국 최대 쇼핑일인 블랙프라이데이와 성탄절을 거치며 소비자들의 구매여력이 떨어지는 1월은 전통적으로 TV사업 비수기다. HE사업본부는 지난해 말 신설된 B2B사업본부에 사이니지(영업용 디스플레이) 사업을 넘겨 전체 규모도 줄었다.
LG전자 '올레드TV의 폭풍 질주' 시작됐다
성장세는 올레드TV가 이끌었다. TV 제조업체들은 3월 신제품 출시를 앞두고 연초 각종 할인행사를 동원해 작년 모델을 소진한다. 지난 5일 2018년형 올레드TV를 공개한 LG전자도 1월부터 2017년형 올레드TV 제품을 대거 시장에 내놨다. 유럽과 북미에서 올레드TV 수요가 커 과거에 비해 가격 할인폭을 줄이고도 판매에 성공할 수 있었다. LCD TV의 수익성도 개선됐다. 지난해 하반기 TV용 LCD 패널 가격이 20%가량 떨어진 데 따른 결과다.

HE사업본부에서 지난해 9월 내놓은 여성용 미용가전 프라엘도 높은 수익을 가져다주고 있다. 사용자들을 중심으로 입소문이 퍼지며 1월에는 품귀현상을 빚기도 했다. 중국에서 OEM(주문자상표부착생산)으로 제작하는 프라엘은 제조원가가 낮아 판매 수익률이 높다.

◆사상 최대 이익 디딤돌 될 듯

1월의 선전을 바탕으로 HE사업본부의 1분기 영업이익은 5000억원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HE사업본부의 분기 영업이익이 5000억원을 넘기는 것은 처음이다. LG전자는 지난해 2조4685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2016년까지만 해도 연간 영업이익은 1조원 안팎에 머물렀다. 1년간 벌어들이던 영업이익의 절반을 HE사업본부가 한 분기 만에 벌어들이는 셈이다.

올해 HE사업본부의 올레드TV 출하량은 지난해 대비 44% 늘어날 것으로 추정됐다.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15%에서 20%로 높아질 전망이다. 연간 기준으로는 1조8000억원 이상을 벌어들여 2016년 LG전자 전체 영업이익 1조3378억원을 뛰어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1분기 11.2%의 기록적인 영업이익률을 기록한 H&A사업본부(가전사업 담당)도 올해 1조4000억원 안팎의 영업이익을 올릴 것으로 예상된다. 1분기부터 에어컨 라인이 100% 가동되고 있는 가운데 건조기, 의류관리기, 무선청소기 시장에서의 수익도 꾸준히 늘고 있다. 미국이 무역규제에 나선 세탁기는 지난해 미리 올해 판매 물량을 통관시켰다. 하반기에는 미국 현지 공장도 가동된다.

HE사업본부와 H&A사업본부의 선전을 바탕으로 LG전자는 올 1분기 1조원, 연간으로는 3조원 이상의 영업이익을 낼 수 있을 것으로 분석된다. ‘초콜릿 폰’을 앞세워 2009년 세운 사상 최대 영업이익(2조6807억원) 기록을 경신하는 것이다.

연간 영업이익 3조원 돌파의 관건은 스마트폰 사업의 영업손실을 5000억원 이하로 떨어뜨릴 수 있을지에 달렸다. 올봄 새 모델 출시를 건너뛴 LG전자는 수익성 제고를 위해 스마트폰 사업 규모를 축소하고, 6월 출시 예정인 전략폰을 통해 지속가능한 사업 체제를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