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프로모션에 힘입어 국내에서 3000대 이상 팔린 BMW 3시리즈. (사진=BMW코리아)
지난달 프로모션에 힘입어 국내에서 3000대 이상 팔린 BMW 3시리즈. (사진=BMW코리아)
완성차 한국GM과 르노삼성자동차의 국내 판매량이 수입차 메르세데스벤츠와 BMW에 역전 당했다. 지난달 벤츠와 BMW의 한국 판매량은 현대·기아자동차, 쌍용자동차에 이어 각각 4,5위에 올랐다. 국내 생산공장을 둔 완성차 내수가 고급차 업체들에 밀리면서 국내 자동차산업이 위협받고 있다.

7일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2월 한 달간 벤츠코리아와 BMW코리아 신차 판매는 각각 6192대, 6118대로 집계돼 한국GM(5804대)과 르노삼성(5353대) 내수를 추월했다. 벤츠가 한국에서 완성차를 추월한 것은 한 차례 있었으나 BMW가 국산차보다 더 팔린 것은 처음이다. 벤츠는 올해 1월 7509대를 판매해 르노삼성(6402대)을 제친 데 이어 2개월 연속 완성차를 따돌렸다.

박재용 자동차 평론가는 "국산차의 부진과 벤츠·BMW 인기는 소비 양극화로 치닫는 한국 사회의 단면"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국산차 선택지가 좁아져 대중차는 현대·기아, 고급차는 벤츠·BMW 현상이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벤츠와 BMW 신규등록은 전체 수입차 판매(1만9928대)의 60%를 넘어섰다. 배출가스 조작 파문으로 아우디 폭스바겐의 영업 중단 이후 수입차 시장 지배력이 더욱 강화됐다.

특히 매출 규모로 보면 평균판매단가(ASP)가 높은 벤츠와 BMW가 현대·기아차에 이어 3,4위에 오르게 된다. 차 1대당 판매 금액이 국산차 3배가 넘는 벤츠는 2016년 한국에서 거둔 매출액만 3조7875억원을 기록했고 지난해는 5조원에 육박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가장 많이 팔리는 E클래스 가격은 7000만~8000만원 선이다.

벤츠와 BMW의 판매량이 폭발적으로 늘어난 배경엔 '가격 할인' 프로모션이 뒷받침됐다. 지난달 BMW코리아는 1000만원 안팎의 할인 공세에 나선 3시리즈가 3000대 이상 불티나게 팔렸다. BMW보다 할인 폭이 적었던 벤츠도 최근 차값을 깎아주면서 한국 판매량을 늘리고 있다.

고가 수입차의 할인 마케팅은 젊은 층의 구매 비중을 높이고 있다. 제네시스 G70 2.0 모델은 3750만~4525만원, 2.2 디젤은 4080만~4575만원 선이다. BMW 320d를 할인받아 구매하면 G70과 비슷해진다. 가격 차이가 발생하지 않으면 국산 대신 수입차를 선택할 확률이 그만큼 높아진다. 벤츠코리아 관계자는 "최근 E클래스 구매 고객의 30%는 30대 고객"이라고 했다.

아우디 폭스바겐 영업 재개가 벤츠와 BMW 강세에 변수가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나윤석 자동차 칼럼니스트는 "아우디 폭스바겐 판매 중단에 벤츠와 BMW가 수혜를 봤고, 프리미엄 브랜드 수요는 결국 국산차로 이탈하지 않았다"면서 "자동차산업 건전성 측면에서 브랜드 다양성을 회복하는 게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김정훈 한경닷컴 기자 lenn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