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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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 지난 1월 세탁기 공장을 세운 삼성전자와 올 하반기 세탁기 공장을 완공할 예정인 LG전자에 비상이 걸렸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수입 철강·알루미늄 관세 부과 방침 때문이다.

양사는 트럼프 대통령의 압박으로 인건비가 높은 미국 내 공장 신설을 결정했는데 1월 미국의 세탁기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조치) 발동에 따라 미국 밖에서 생산·수출하는 세탁기에 20~50%에 달하는 관세도 물고 있다. 미국이 수입 철강에 관세를 부과하면 미국 내 철강 가격도 덩달아 올라 두 회사의 미국 세탁기 공장은 원자재 비용 상승 부담을 떠안아야 한다.

삼성전자 북미법인 관계자는 “미 정부가 수입 철강재 중 어떤 제품에 관세를 매길지 알 수 없지만 미국 공장의 세탁기 제조원가를 재검토할 필요가 생겼다”고 5일(현지시간) 밝혔다. LG전자 미국법인 관계자도 “공장은 당초 계획대로 지을 수밖에 없다”며 “예상되는 원가 상승분을 얼마나 판매가에 반영하고 얼마만큼 내부에서 떠안을지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단독] 미국에 세탁기 공장 삼성·LG… 철강관세에 '삼중고' 비상
미국 정부는 세이프가드 발동으로 수입 세탁기에 지난달 7일부터 관세를 부과하고 있다. 120만 대까지 20%, 그 이상 수입 물량엔 50%를 매기고 있다. 이를 반영해 LG전자는 이번주 미국 내 세탁기 가격을 4~8% 올릴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전자도 비슷한 폭의 가격 인상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은 사우스캐롤라이나주에서 세탁기 공장을 완공해 가동 중이고, LG전자는 테네시주에서 세탁기 공장 건설을 서두르고 있다. 하지만 미국 내 인건비가 멕시코에 비해 3배가량 비싸 원가 부담이 크다. 수입 철강에 대한 관세 부과로 미국 내 전반적인 철강 가격까지 오르면 부담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철강은 세탁기 원가의 약 10%를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관세율 25%만큼 철강 가격이 인상된다면 원가가 2.5% 오르는 셈이다.

스웨덴 가전업체 일렉트로룩스는 미 정부가 관세 부과안을 공식 발표할 때까지 테네시주 공장에 대한 추가 투자(2억5000만달러)를 보류한다고 밝혔다. 다니엘 프릭홈 대변인은 “관세 부과가 미국 내 철강 가격의 상당한 상승을 초래할지 모른다”고 내다봤다. 테네시 공장은 미국산 철강재만을 원자재로 쓰고 있다.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수입 철강에 부과하는 25% 관세가 미국 내 철강재 가격 상승으로 이어지면 제너럴모터스(GM)와 포드자동차의 이익이 2017년 실적 기준으로 각각 10억달러가량 줄어들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는 지난해 GM 영업이익의 12%, 포드 영업이익의 7%에 달하는 규모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