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中·EU 수출이 전체 절반…"중간재 비중 특히 높아"

미국발 글로벌 무역전쟁 가능성이 고조되면서 '수출 코리아'의 앞날에 암운이 드리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내수 기반이 빈약한 한국은 수출에 기대야 할 수밖에 없는 경제 구조인데 무역전쟁 후보국인 미국, 중국, EU에 대한 수출 의존도가 특히 더 높기 때문이다.

6일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한국은 지난해 중국에 1천421억달러를 수출했다.

전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4.8%로 여러 나라 가운데 가장 높았다.

한국은 이어 미국과 EU에 각각 686억달러(비중 12.0%), 540억달러(비중 9.4%)를 수출했다.

세 곳이 우리나라 전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무려 46.2%로 절반에 육박한 셈이다.

그런데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수입산 철강·알루미늄에 일괄적으로 '관세 폭탄'을 매기겠다고 한 뒤 무역전쟁 전운이 감돌고 있다.

EU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 직후 오토바이 제조업체인 할리 데이비드슨, 위스키 생산업체 버번, 청바지 업체 리바이스에 보복관세를 검토하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도 대두(콩)·수수 같은 미국 농산물에 보복관세를 부과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EU산 자동차에 세금을 물리겠다고 맞대응하는 등 '무역 공룡' 간 전쟁이 일촉즉발인 분위기다.

만약 이들 간에 무역 전면전이라도 펼쳐진다면 가장 큰 피해자는 한국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해 기준으로 우리나라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무역의존도가 68.8%에 달할 정도로 높기 때문이다.

특히 우리나라는 오랜 수출 부진을 딛고 지난해 가까스로 재도약에 성공한 상태라 이 같은 글로벌 무역 동향은 더욱 부담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5천737억달러로 사상 최대의 수출 실적을 올린 기세가 1년 만에 예상치 못한 대외 변수에 발목이 잡힐 형국이다.

미국, 중국, EU 간의 무역분쟁은 이들 나라로의 완제품 수출 감소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것은 물론 향후 중간재 수출에도 타격을 줄 수 있다.

미-중, 미-EU 간 교역 규모가 축소되면 자연스레 중간재에 대한 현지 수요도 줄어들게 되기 때문이다.

중간재는 철강, 자동차 부품 등 완성품을 생산하는 데 필요한 부품이나 반제품 등을 말한다.

실제로 지난해 기준으로 우리나라의 대(對)중국 수출 가운데 중간재 비중은 78.9%에 달한다.

독일(58.8%), 프랑스(54.1%), 미국(49.4%)으로 수출에서도 중간재가 절반 또는 그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문병기 무역협회 동향분석실 수석연구원은 "지난해 기준으로 우리나라의 중간재 수출 비중은 66.2%로 일본, 중국, 독일, 미국 등 주요국 대비 중간재 수출 비중이 높은 편"이라며 "주요 수출시장 간에 무역분쟁이 발생하면 중간재 수출 위주로 한국 경제에 큰 리스크로 작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문 연구원은 "여기에 선진국의 해외진출 기업 자국 복귀와 현지화 추세에 따라 중간재 수입 수요가 둔화되고 있고, 중국의 경쟁력 강화 등으로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고 있어 우리나라 수출에 부담이 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무역전쟁 터지면 중간재 수출 '타격'…수출 코리아 어쩌나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