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 크루그먼 "누구를 위한 무역전쟁인가?…미국 승리 못해"
제프리 삭스 "'세계 대공황' 걱정…트럼프는 경제학 낙제점"
미국 저명 경제학자들, 트럼프 무역전쟁 개시에 우려 표명
미국의 저명 경제학자들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수입산 철강과 알루미늄에 '관세 폭탄'을 예고하며 세계 무역전쟁을 촉발하고 있는 것에 대해 우려와 반대의 뜻을 표명했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이자 대표적인 진보경제학자인 폴 크루그먼은 3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에 '누구에게도 도움 안 되는 무역전쟁'이라는 제목의 기고문을 통해 미국은 무역전쟁에서 승리할 수 없다고 못 박았다.

크루그먼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이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무역전쟁은 좋은 것이고 이기기도 쉽다고 말한 것은 완전 바보 같은 생각"이라고 비난하고 "전쟁을 개시하는 방식도 아주 어리석다"고 질타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은 부품산업 보호를 외치면서 더 많은 사람을 고용하고 있는 산업을 망치는 방식으로 무역전쟁을 개시하려 하고 있다"면서 "특히 국가안보를 명분으로 내세우면서 동맹국인 캐나다를 겨냥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크루그먼 교수는 "수입 소재나 부품 없이 미국이 자동차를 생산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하고 "수천 개 아니 적어도 수백 개의 미국 공장들이 문을 닫거나 다른 용도로 전환해야 하는 대혼란이 초래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보복관세의 악순환이 이어지면서 세계 전체 무역은 위축될 것이며 미국을 포함한 모든 국가가 더 가난해질 것"이라면서 "더 중요한 것은 단기적으로 아주 파괴적인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미국 자동차는 멕시코산 엔진, 한국과 중국산 전자부품, 캐나다산 철강과 알루미늄을 사용한다"면서 "미국이 생산하는 모든 것은 다른 나라에서 생산된 부품을 사용하는 글로벌 연쇄 공급의 시대를 우리는 살고 있다"고 설명했다.

크루그먼 교수는 "미국이 하려고 하는 것은 보복의 악순환을 개시하려는 것이며 세계 수출의 9%, 수입의 14%를 차지하는 미국이 지배적 초강대국은 절대 아니다"라면서 "우리는 무역전쟁에서 승리할 수 없다"고 단정했다.

제프리 삭스 컬럼비아대 교수도 CNN 기고문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무모함과 무지로 인해 미국 일부 철강업체들이 단기적으로 약간의 수혜를 입을 수는 있겠지만 미국과 세계 경제는 엄청난 시련을 겪게 될 것"이라고 걱정했다.

삭스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이 무역전쟁의 첫 총성을 울리면서 미국 철강업종 주가가 5.75% 올랐지만 미국 전체 증시는 1% 이상 하락했다"면서 "앞으로 미국 등 전 세계 증시가 하락의 악순환을 겪을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그는 "우리는 과거에도 이미 유사한 경험을 한 적이 있다"면서 "1930년대 초반에 전개된 세계 무역전쟁으로 경제 공황이 촉발됐으며 공황이 심해지고 기간이 길어지면서 '세계 대공황'으로 이어졌다"고 회고했다.

삭스 교수는 "하지만 충동적이고 무식한 인물인 트럼프 대통령 같은 사람이 세계 경제사와 보복의 논리, 무역의 기초 과목을 중시할 것이라고는 기대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