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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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정책금리가 한국보다 높아지는 '금리역전'이 임박하면서 해외자본이 국내 증권투자에 미치는 영향도 최근 급격히 커지고 있다.

4일 국회예산정책처의 '미국통화정책이 해외자본의 국내 증권투자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해외자본의 국내 증권투자는 뚜렷한 둔화추세를 보이는 가운데 미국 통화정책의 영향력이 커지고 있다.

해외자본의 국내투자 규모(직접투자·증권투자·기타투자)는 2001년부터 2007년까지 연평균 363억 달러였지만, 2010년부터 2016년 사이엔 연평균 242억 달러로 줄었다.

주요 변수들이 해외자본의 국내 증권투자에 미치는 영향력을 계산한 결과 '한미 기준금리 차이'의 영향력을 보여주는 추정계수는 금융위기 전(2003년 1분기∼2008년 2분기) -5.272에서 금융위기 후(2009년 3분기∼2017년 3분기) -11.542로 확대됐다.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한미 기준금리 차이에 따라 해외자본의 국내 증권투자가 영향을 받는 정도가 2배 넘게 커졌다는 뜻이다.

또 금융위기의 직접적 충격이 있던 2008∼2009년을 제외하면 한국과 미국 간 기준금리 차이가 축소될수록 증권투자자금 유입이 감소하는 추세가 나타났다.

여타 변수 중에서는 한국 경제성장률 영향력이 금융위기 전 1.297에서 금융위기 후 1.944로 높아졌다.

또 주요 변수 중 선진국(G7) 경제성장률은 1.935에서 3.353으로 커졌고 국제자본 위험기피도의 영향력은 -1.852에서 -2.478로 확대됐다.

금융위기 이전에는 해외자본의 국내투자에 의미 있는 영향을 주는 요인이 한미 기준금리 차이와 한국 경제성장률 등 2가지였다.

하지만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이들 2가지 변수 외에 선진국의 경제성장률, 국제자본 위험기피도 등 2가지 변수도 추가돼 해외자본의 투자에 영향을 미치는 변수가 다변화됐다.

미국의 양적완화 정책은 '추진한다'는 발표만으로도 해외자본의 국내 증권투자를 증가시키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양적완화 정책이 추진되면 국제금융시장에 유동성이 공급돼 국내 증권에 해외자본의 투자도 늘어난다는 얘기다.

미국 연준은 다음 달 20∼21일(현지시간)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정책금리를 연 1.50∼1.75%로 0.25%포인트 인상하는 방안이 유력시된다.

미국이 금리를 올리면 현재 1.50% 수준에 머무는 한국은행의 기준금리보다 높아져 국내 증시에 투자된 해외자본이 고금리를 좇아 빠져나갈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연임이 결정된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달 기자회견에서 "한미 금리가 역전된다고 하더라도 당분간 외국인 증권 자금의 대규모 유출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말했다.

하지만 외국인 자금의 유출은 일단 시작되면 국내 금융시장에 엄청난 충격을 줄 수 있는 데다 대처할 수 있는 수단이 별로 없기 때문에 국내 정책당국이 가장 우려하는 불안요인이다.

이 때문에 이주열 총재에게는 주요국 통화정책이 '긴축'으로 바뀌는 대전환의 시기에 정교한 통화정책을 통해 금리역전이나 자금유출 가능성에 대처하고 금융시장의 안정과 경제성장을 이끌어야 할 과제가 놓여있다.

보고서는 "미국의 통화 긴축에 따른 해외자본 이탈이 나타날 위험이 금융위기 이전보다 확대됐다"면서 "미국 통화 긴축의 강도가 높아짐에 따라 미국과 금리 차가 과도하게 확대되지 않도록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경닷컴 뉴스룸 o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