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4년 이후 40여년만에 첫 연임…금통위원회 의장직 고려하면 사실상 처음
美금리인상기 통화정책 전문가 필요…청문회 통과 무난할 듯

한국은행 총재가 사실상 처음 연임하게 됨에 따라 해외 주요국 중앙은행과 같은 장수 총재 등장 가능성을 열었다.

총재 연임은 한국과 미국간 정책금리 역전과 6월 지방선거 등 민감한 대내외 여건을 고려한 정부 판단으로 풀이된다.
이주열 한은 총재 연임… 해외에는 '장수 중앙은행장' 많아
청와대는 2일 이주열 한은 총재를 차기 총재로 재임명했다고 발표했다.

한은 총재 연임은 1974년 김성환 전 총재 이후 44년 만에 처음이며 세 번째다.

1998년 전까지는 한은 총재가 금융통화위원회 의장이 아니었던 점을 고려하면 사실상 첫 사례다.

규정상 한은 총재직은 한 차례 연임이 가능하지만, 한은 역사상 연임은 김유택 전 총재와 김성환 전 총재 등 두 차례뿐이었다.

반면 해외에서는 중앙은행 총재 연임이 흔한 일이다.

앨런 그린스펀 전 연준 의장은 20년간 자리를 지켰고 벤 버냉키 전 의장도 8년간 재임했다.

오히려 지난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대립각을 세우던 재닛 옐런 전 의장이 단임한 것이 39년 만에 처음이었다.

중국의 저우샤오촨(周小川) 인민은행 총재는 2002년부터 16년째 총재직을 유지 중이다.

일본 구로다 하루히코(黑田東彦) 일본은행 총재는 최근 연임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국제결제은행(BIS) 중앙은행 총재 회의에는 이렇게 오랜 기간 교류한 각국 총재들이 서로 눈빛만으로도 교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총재는 무난하게 통화정책을 펼쳤다는 평가를 받지만, 국내에서는 워낙 전례가 없었기 때문에 연임에 회의적인 시각이 많았다.
이주열 한은 총재 연임… 해외에는 '장수 중앙은행장' 많아
연임 배경으로는 통화정책 전문가가 필요한 현재 상황이 꼽힌다.

대외적으로는 한국과 미국 간 기준금리 역전이 눈앞에 닥쳤고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금리를 4회 인상할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민감한 시기에 금통위에만 13년간 참석한 정통 한은맨인 이 총재가 연임하면 통화정책 연속성을 유지할 수 있다는 점이 높은 점수를 받은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문 대통령이 먼저 '다른 나라 사례를 보면 (중앙은행 총재가) 오래 재임하면서 통화를 안정적으로 이끄는데 우리나라는 그렇지 않다'며 살펴보라고 지시했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는 6·13 지방선거를 앞둔 시점에 청문회에서 큰 잡음이 일어나는 것을 정부가 원치 않았다는 점이 요인으로 작용했을 가능성이 크다.

이 총재는 4년 전 인사청문회에서도 신변과 관련해 거의 논란이 없었으며 지난해 3월 공개된 재산 규모도 금통위원 7명 가운데 가장 적었다.

총재 연임은 정부가 중앙은행을 좌지우지하지 않고 통화정책의 중립성을 존중한다는 의미로도 풀이된다.

이 총재는 이날 청와대의 연임 결정 발표 후 서울 중구 한은 본관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한은 총재 연임은) 중앙은행의 중립성과 그 역할의 중요성이 인정 받고 있다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