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각 방식 변경으로 채권단 수중으로 들어오는 돈 없어

금호타이어 채권단이 지난해 한 차례 매각이 무산된 이후 제3자 유상증자 방식으로 재매각을 추진하고 있지만 결국 지난번 인수 후보였던 중국 타이어업체인 더블스타로 귀결될 전망이다.

지난번에 구주 매출로 매각이 성사됐다면 채권단이 출자전환한 자금을 회수할 수 있었지만 이번 방식은 제3자 배정 유상증자여서 채권단 입장으로서는 오히려 더 좋지 않은 조건으로 경영권만 넘기게 됐다.

산업은행이 2일 서울 영등포구 본점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금호타이어 향후 처리방안을 발표하며 외부 자본 유치 과정의 일부 내용을 소개했다.

이에 따르면 한국타이어, 넥센타이어 등 국내 업체와 해외의 유명 타이어업체는 금호타이어 인수에 전혀 관심이 없었다.

내로라하는 타이어업체는 중국에 공장과 판매 네트워크가 있어 금호타이어가 그리 매력적이지 않았다는 것이다.

특히 금호타이어의 노조 문제로 타이어업체들이 인수를 꺼렸다고 했다.

타이어업종과 시너지가 있을 수 있는 타 업종 기업이 그다음 접촉 대상이었다.

역시 노조 문제가 걸림돌이었다.

또 중국 공장 문제를 해결할 방안이 채권단이 보기에는 마땅치 않았고 채권단에게 무리한 요구도 많이 해 결국 '의미 있는 논의'가 불가능했다고 산업은행은 전했다.

결론은 더블스타였다.

더블스타는 지난해 금호타이어 매각 때 채권단과 주식매매계약까지 체결했던 업체다.

당시 채권단이 보유 지분을 더블스타에 9천550억원 팔려고 했다가 예상치 못한 문제가 연이어 발생하면서 8천억원까지 매각가격을 내렸으나 협상이 결렬됐다.

우여곡절 끝에 다시 더블스타로 매각을 추진하지만 매각 조건은 그때보다 좋지 않다는 평가다.

이번 매각은 신주를 발행해 경영권을 더블스타로 넘기는 것이어서 채권단 수중으로 들어오는 돈이 한 푼도 없다.

신주 발행으로 채권단 지분이 기존 42%에서 23.1%로 희석된다.

게다가 채권단은 이번에 최대 2천억원까지 신규 대출을 해주기로 했다.

금호타이어에 투입한 돈을 회수하지도 못한 채 새 돈을 투입하게 된 셈이다.

이마저도 금호타이어 노조의 반대로 협상 타결에 난항을 겪고 있어 과거보다 불리해진 매각 조건임에도 산업은행이 '최선의 방안'이라고 홍보해야 할 처지에 놓이게 됐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