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CEO 내보내고 동양생명 직접경영 나선 안방보험
동양생명이 공동대표 체제에서 대주주인 중국 안방보험 출신 뤄젠룽 사장(사진)의 단독 대표이사 체제로 전환된다. 최근 안방보험 경영권을 넘겨받은 중국 당국이 안방보험 출신 전문경영인 체제를 통해 동양생명에 대한 지배력을 강화하려는 의도라는 분석이 나온다.

동양생명은 오는 26일 주주총회를 열고 뤄 사장을 사내이사로 재선임한다고 2일 공시했다. 임기가 함께 만료되는 구한서 사장은 재선임하지 않기로 했다. 뤄 사장은 안방손해보험 푸젠지사 대표, 광둥지사 대표, 본사 부사장 등을 지냈다. 2015년 9월부터 동양생명 부사장으로 자리를 옮긴 뒤 지난해 9월부터 구 사장과 함께 공동으로 회사를 이끌어 왔다.

안방보험 출신인 장커 부사장도 사내이사로 재선임된다. 장 부사장과 함께 안방보험 출신인 피터 진 경영전략본부장(상무)은 이번 주총에서 사내이사로 새로 선임될 예정이다. 구 사장의 연임이 무산되면서 동양생명 사내이사 3명은 전원 안방보험 출신으로 채워질 전망이다.

안방보험이 2015년 동양생명을 인수할 당시 새로 선임한 야오다펑 안방생명보험 이사장, 리훠이 싱가포르국립대 리콴유 공공정책대학 조교수, 푸챵 싱가포르 국립대 중국 비즈니스리서치센터 부디렉터, 하상기 전 하나HSBC생명 대표, 김기홍 JB자산운용 대표, 허연 중앙대 경영학과 교수 등 사외이사 6명도 이번 주총에서 전원 유임될 예정이다. 이에 따라 동양생명 이사회 9명 중 6명이 안방보험과 인연을 맺고 있는 중국인 이사로 채워지게 됐다.

당초 중국 보험당국이 안방보험 경영권을 넘겨받으면서 동양생명에 포진한 안방보험 출신 인사가 교체될 것이란 관측도 적지 않았다. 중국 보험감독관리위원회는 지난달 23일 인민은행 등 다섯 개 부처로 구성된 팀이 안방보험을 위탁 경영한다고 발표했다. 안방보험그룹이 보험업법을 위반해 보험금 지급 능력에 심각한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중국 당국은 안방보험 창업자인 우샤오후이 회장을 경제범죄 혐의로 기소했다.

이에 대해 업계 관계자는 “안방보험 경영권을 넘겨받은 중국 당국이 동양생명 전문경영진이 그동안 보여준 성과를 인정해 준 것 같다”고 밝혔다. 동양생명 관계자도 “동양생명은 전문경영인이 운영하고 있는 회사”라며 “지배구조가 바뀌더라도 중국 모회사 사정”이라고 설명했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