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후보 선정 과정·검찰 고발·직원 휴대전화 조사 등 논란 줄이어

백복인 사장 연임 여부를 결정할 주주총회를 앞둔 담배회사 KT&G가 끊이지 않는 잡음에 시달리고 있다.

사장 공모 과정의 불공정 여부, 분식회계 관련한 검찰 고발, 회사 자료 유출 관련한 직원 휴대전화 조사 등 각종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2일 업계에 따르면 KT&G 사장후보추천위원회에 의해 최고경영자(CEO) 후보로 추천된 백 사장은 오는 16일 열릴 주주총회에서 연임 여부가 결정된다.

하지만 계속되는 논란 때문에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지분 6.93%를 보유한 2대 주주 IBK기업은행이 백 사장의 연임에 반대하고 있으며 최대 주주 국민연금(9.09%)도 같은 생각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업은행 등이 백 사장의 연임을 반대하는 이유는 연임 절차상 문제와 CEO 리스크 두 가지다.

김도진 기업은행장은 지난달 27일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백 사장 연임 반대와 관련, "분식회계 의혹이 있고 연임 절차에 문제가 있어서 주주 이익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KT&G는 올해 1월 31일 사장 공모 공고를 낸 후 지원서 접수 이틀, 서류 심사 하루, 면접 하루 등 후보 공모부터 결정까지 과정을 나흘 만에 끝냈다.

지원서를 받는 데만 5일의 기간을 두는 통상의 사장 공모 절차에 견줘 '속전속결'로 끝난 셈이다.

지원 자격은 KT&G 전·현직 전무 이사, 계열사 사장 출신 등 내부 인사로 한정했다.

백 사장 이전 사장 공모 때에는 후보 자격을 외부 출신까지 개방했다.

이번 공모에 백 사장을 비롯한 3명이 지원했지만, 이 중 1명은 지원 자격 미달로 탈락, 남은 2명 중 백 사장이 차기 사장 후보로 낙점됐다.

이 때문에 '셀프연임'이라는 지적까지 나왔다.

백 사장은 2011년 KT&G의 인도네시아 담배회사 인수 과정에서 제기된 분식회계 의혹과 관련해 전(前) 임직원들에 의해 검찰에 고발됐다.

금융감독원도 의혹에 대해 감리 중이다.

검찰 수사와 감리 결과에 따라 최악의 경우 CEO 공백 사태가 빚어질 수 있다는 게 기업은행의 주장이다.

최근에는 회사 내부자료인 '올해 1월 손익계산서(잠정치)'가 한 언론에 보도돼 회사 감사팀이 관련 자료를 생산·관리하는 직원들의 휴대전화를 조사해 논란이 빚어지고 있다.

해당 기사는 1월 KT&G 매출과 수출이 급감했다면서 이와 관련해 백 사장이 연임에 유리한 여건을 조성하기 위해 지난해 말 '물량 밀어내기'를 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올해 1월 판매할 물량을 지난해 말 판매처에 밀어내 실적을 끌어올렸다는 지적을 한 것이다.

KT&G는 1월 손익계산서(잠정치)는 외부회계법인이 감사한 내용도 아니고 공시되지 않은 사안이기 때문에 향후 공정공시 위반으로 문제가 될 수 있어 합법적인 절차에 따라 감사에 나섰다는 입장이다.

회사 관계자는 "감사팀이 내부정보를 취급하는 직원들을 대상으로 사전 동의서를 받은 후에 휴대전화를 조사하는 등 법적 절차를 제대로 지켰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일부 직원들은 회사에서 동의서를 쓰라는 데 어떻게 쓰지 않을 수 있느냐며 반강제적 조사라고 반발했고 휴대전화에 회사 관련 자료 이외에 개인적인 메일, 문자 등도 있어서 사생활이 침해됐을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백 사장의 연임 여부를 판가름할 KT&G 주총의 결과는 전체 지분 중 53%를 소유한 외국인 주주에 달렸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이에 따라 외국인 주주의 의사 결정에 영향을 많이 미치는 국제 의결권 자문사인 ISS의 리포트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KT&G, 백복인 사장 연임 주총 앞두고 끊이지 않는 '잡음'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