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내세운 ‘산업적 측면 고려’라는 원칙이 금호타이어와 성동해양조선, STX조선해양 등 부실기업의 구조조정을 공회전시키고 있다. 기업 회생을 위한 필요조건인 노사의 자구 의지를 저하시킬 뿐 아니라 정치권의 입김을 막을 울타리도 없어졌다는 비판이 나온다.

1일 산업은행에 따르면 금호타이어 채권단은 지난 2월28일 실무자 회의를 열고 1조3000억원 규모의 채권상환 유예 결정을 이달 말로 미뤘다. 채권단은 지난 1월18일에도 해당 채권의 상환을 올해 말까지로 유예해주면서 2월26일까지 경영정상화계획 이행약정서(MOU)를 체결할 것을 요구했다.

산은을 비롯한 채권단은 원칙적으로는 채권 회수에 나서야 한다. 이 경우 금호타이어는 부도가 날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채권단이 ‘금호타이어에 끌려다닌다’는 비판을 들어가면서까지 채권 회수를 미루고 있는 것은 문재인 정부가 강조하고 있는 ‘구조조정에서의 사회적 측면 고려’를 의식해서다. 특히 문재인 정부가 ‘일자리 경제 정책’을 강조하고 있는 만큼 산은이 금호타이어의 법정관리행을 결정했다가 노조가 들고 일어나면 이를 감당할 방법이 없다는 분석이다.

성동조선해양과 STX조선도 마찬가지다. 정부는 지난해 EY한영회계법인을 통해 두 조선사의 재무건전성을 중심으로 1차 컨설팅을 했고, 당시 EY한영회계법인은 성동조선해양에 대해 청산가치가 존속가치보다 세 배나 크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정부는 산업적 측면에서 컨설팅에 나섰다. 글로벌 조선 경기 회복 가능성, 지역경제 영향 등을 반영하겠다는 취지에서다. 이 결과는 조만간 나올 예정이다. 금융계와 조선업계에서는 산업적 측면의 컨설팅 결과는 기업회생에 방점을 두고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한 채권단 관계자는 “‘산업적 측면 고려’라는 정부의 기업 구조조정 원칙이 채권단보다는 노조와 정치권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며 “해당 회사들이 자구노력을 하지 않겠다는 것은 결국 국민 혈세를 받아 연명하겠다는 의미로밖에 들리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박신영 기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