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를린=연합뉴스) 이광빈 특파원=독일에서 대기오염이 심각한 도시가 기준치 이상의 대기가스를 방출하는 차량의 진입을 법적으로 막을 길이 열렸다.

독일 연방행정법원은 27일(현지시간) 슈투트가르트와 뒤셀도르프 시 당국이 대기질을 유지하기 위해 연방 규제와 관계없이 자체적으로 디젤차의 운행금지를 할 수 있다는 판결을 내렸다. 법원은 디젤차의 도심 운행금지가 대기질 개선을 위한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밝혔다.

슈투트가르트와 뒤셀도르프의 환경단체는 낡은 디젤차의 운행금지 등의 조치가 없는 시 당국의 대기질 개선 계획이 미흡하다며 행정소송을 냈고, 법원은 1심에서 환경단체의 손을 들어줬다. 법원은 일정 기준을 만족하지 못하는 차량의 통행금지가 대기질 개선에 효과적인 수단이 될 것이라는 의견을 나타냈다. 이에 시 당국은 항소했지만 항소심도 환경단체의 손을 들어줬다.

슈투트가르트는 미세먼지에 대한 유럽연합(EU) 기준치를 2006년에 59일을 초과해 독일에서 미세먼지 문제가 가장 심각한 도시로 꼽힌다. 이번 판결로 인해 이들 도시가 당장에 디젤차 금지를 추진하지 않을 수 있으나, 대기오염 개선 정책이 실패할 경우 압박이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애초 녹색당이 연정에 참여 중인 슈투트가르트 시 당국은 지난해 디젤차의 도심 진입을 금지하는 방안을 세웠다가 디젤차 소유자들의 반발과 저소득층의 부담 증가 등을 고려해 디젤차의 소프트웨어 개선이 우선이라는 입장으로 바뀌었다.

대기오염 문제가 심각한 다른 도시들도 법적 걸림돌이 없기 때문에 상황에 따로 언제든 운행금지 조치를 도입할 수 있다.

앙겔라 메르켈 총리는 판결에 대해 "독일의 모든 운전자에게 영향을 미치지는 않지만, 정부는 지방자치단체들과 향후 조치에 대해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바르바라 헨드릭스 환경부 장관은 "이번 판결은 독일에서 교통수단이 더 친환경적으로 전환하는 것을 촉진할 것"이라며 "시민이 도시에서 깨끗한 대기질을 누릴 권리를 확인시켜줬다"고 말했다. 또한, 헨드릭스 장관은 자동차 업체들이 디젤차의 배기가스를 줄이기 위해 개량하는 비용을 부담할 책임을 갖고 있다고 주장했다.

독일에서 지난해 대기오염이 기준치를 넘어선 도시가 70여개에 달한다. 전년 90개에 비해 줄어든 수치지만, 각종 대기질 개선책에도 대기오염 물질의 획기적인 감소가 이뤄지지 않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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