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PG차량 4년 만에 판매 증가세… 업계 볕드나
액화석유가스(LPG) 수요 감소로 어려움을 겪던 SK가스E1 등 LPG 공급업체들이 LPG자동차 판매량 증가로 수혜를 볼 전망이다. LPG차량 등록 대수도 7년 만에 감소폭을 줄이며 실적 반전의 발판을 마련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수송용 LPG는 국내 전체 LPG 소비량의 37%를 차지하는 최대 수요처다.

◆LPG차량 4년 만에 증가세

27일 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LPG차 판매 대수는 13만5218대로 전년(12만158대)보다 12.5% 늘었다. LPG차 판매량은 2013년 17만8935대를 기록한 이후 3년 연속 감소했다. 2011년 이후 LPG차 등록 대수 감소폭도 커졌다. 2012년에는 전년 대비 1만1745대 줄었다가 2016년엔 9만547대가 사라졌다.
LPG차량 4년 만에 판매 증가세… 업계 볕드나
LPG차를 택시와 장애인·국가유공자, 렌터카, 일부 경차와 7인승 이상 RV(레저용 차량) 등에만 쓸 수 있도록 규제하면서 일반인의 구매가 줄어든 결과다. 저유가 영향으로 경유차 중심인 RV 판매가 늘어난 것도 이유로 꼽힌다.

하지만 폭스바겐의 배출가스 조작으로 경유차 이미지가 나빠지고 LPG차가 미세먼지 배출량이 적은 친환경차로 부각되면서 판매가 늘어나기 시작했다. 국립환경과학원이 유종별 대기오염물질 배출량을 분석한 결과 LPG는 질소산화물 배출량이 경유의 48분의 1이었고, 황산화물(SOx)은 6분의 1밖에 되지 않았다. ‘그랜저IG’와 ‘모닝’ 등 인기 차종의 LPG 신차가 출시된 것도 판매량을 늘린 요인이다. 강정석 E1 지원본부장(전무)은 “LPG차는 전기차·수소차 단계로 가기 전 미세먼지를 완화할 수 있는 효과적인 대안”이라고 했다.

작년부터 렌터카와 택시, 장애인용으로 사용되던 중고 LPG차의 일반인 매각 가능 기간이 7년에서 5년으로 단축되면서 기존 LPG차 시장도 활기를 띠고 있다. 작년 말 기준 LPG차 등록 대수는 212만2484대로, 2016년 말과 비교할 때 6만2630대 감소하는 데 그쳤다.

LPG 판매 더 늘 듯

내년부터 5인승 LPG RV가 본격적으로 출시되는 것도 호재다. 지난해 9월 법률 개정으로 5인승 이하 LPG RV도 일반인이 탈 수 있게 됐다. 르노삼성차는 내년 상반기 4륜구동 RV로 선호도가 높은 QM6의 LPG차를 내놓을 계획이다. 현대차도 소형 RV인 ‘코나’ LPG차 출시를 검토 중이다.

LPG업계가 기대를 거는 또 다른 곳은 선박이다. 대한LPG협회와 제너럴일렉트릭(GE) 등은 내년까지 국내 최초 LPG 선박을 선보일 계획이다. 국내 연안 노선 및 중국과 일본 항로에 여객과 차량을 함께 싣는 카페리다. 올해 1분기 LPG 여객 노선이 확정되는 대로 선박 건조에 나설 계획이다. 국제해사기구(IMO)가 2020년부터 선박 연료유의 황산화물 함유량을 현행 3.5%에서 0.5%로 제한하는 만큼 기존 벙커C유 선박을 대체할 LPG 선박 수요가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석유화학·수송용 LPG 판매가 줄어드는 추세여서 업계의 위기감은 여전하다. 한국석유공사 집계 결과 지난해 국내 LPG 판매량은 895만t으로 2016년(934만t)보다 4.1% 감소했다. 김수현 LPG협회 기획관리본부 부장은 “에너지산업은 상호 보완, 대체 특성이 있는 만큼 LPG산업 육성을 위한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보형 기자 kph21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