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윤보람 기자=제너럴 모터스(GM)가 한국GM 군산공장 폐쇄를 번복할 뜻이 없다고 밝히면서 공장 처리 방안도 향후 정부 협상에서 함께 논의될 전망이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배리 엥글 GM 해외사업부문(GMI) 사장은 지난 20일 국회를 찾아 여야 의원들과 만난 자리에서 "20% 미만의 가동률과 1주일에 하루 정도 일하는 것으로는 수익창출이 불가능하다"며 군산공장 자체를 살리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제3자 매각 가능성에 대해 "인수 의향자가 있다면 적극적으로 (협상에) 임하겠다"고 답변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군산 지역을 고용위기지역 및 산업위기대응 특별지역으로 지정키로 하는 등 군산공장 폐쇄 이후를 준비하는 분위기다.

업계에서 예상하는 군산공장 매각 방안 중 하나로는 인력이 포함된 '패키지 매각'이 있다. 이 경우 현지 설비에 최적화된 한국GM 직원들의 일자리를 보전하는 동시에 인수자의 공장 운영 부담을 덜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GM이 문제로 지적한 현재의 고임금 구조가 바뀌지 않는다면 실현 가능성이 낮다는 지적이 나온다. 따라서 인력은 제외하고 공장 전체를 매각하거나 생산설비와 토지를 분리 매각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이런 가운데 정부는 GM 철수 후 제3자 매각을 통해 전기차 공장으로 전환하려는 '호주식 해법'을 국내에도 적용할 수 있는지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호주에서 엘리자베스공장을 두고 홀덴 브랜드로 크루즈 등을 생산·판매하던 GM은 2013년 말 경영난 속에 정부 지원마저 끊기게 되자 2017년 공장을 폐쇄한다고 발표했다. 당시 엘리자베스공장에는 총 1천600여명이 근무하고 있었다. GM홀덴과 호주 정부는 직원들이 새로운 일터를 찾도록 지원하는 동시에 매각 대상을 물색했다.

2015년 벨기에의 한 사업가가 기존 플랫폼으로 자동차를 계속 생산하겠다며 공장 인수를 타진했으나 회생 가능성이 낮다는 이유로 무산됐다. 작년 12월에는 현지 개발업체가 박물관 등을 갖춘 복합 문화공간으로 조성하겠다면서 공장 부지를 인수했다. 결국 호주 자동차산업이 종말을 맞는다고 생각하던 차에 올해 1월 영국 철강회사 리버티 하우스가 주축이 된 GFG 얼라이언스가 공장을 인수, 전기차 생산기지로 만들겠다는 의사를 밝히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호주 정부는 전기차 분야를 선도해 자국 자동차산업을 살릴 기회라면서 GM에 GFG 측 인수 제안에 협조해달라고 요청하는 등 적극적인 지원에 나섰다.

이 같은 사례를 참고해 우리 정부도 군산공장을 제3자에 매각, 신산업 육성 기지로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호주와는 상황이 다른 만큼 인수자를 찾기가 쉽지 않을 것이란 견해도 있다. 호주는 전기차 배터리를 만들 수 있는 광물자원이 풍부하다는 점에서 전기차 생산기지로 바꾸기 유리한 면이 있었다. 반면 군산공장은 일반 자동차 생산에는 적합하나 전기차 생산에 맞는 플랫폼으로 바꾸려면 많은 시간과 비용이 소요된다. 또 호주는 GM이 완전히 철수할 때까지 4∼5년의 시간적 여유가 있었지만, 군산공장은 GM이 못 박은 폐쇄 시점까지 불과 3개월밖에 남지 않은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국내 사정에 맞는 특화 산업기지로 탈바꿈하거나 중견·중소기업 지원 시설로 활용하는 방안이 제시된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정부가 활성화를 추진하는 튜닝 단지로 키우거나 자동차 관련 스타트업을 육성하는 테스트베드(시험대)로 만드는 등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두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다만 이런 해법을 찾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므로 정부의 적극적인 개입과 고용 연속성을 위한 지원이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금융투자(IB)업계에서는 한국GM의 3대 주주인 상하이차가 공장 인수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이 계속 나오고 있다. GM과 상하이차가 GEM으로 불리는 신흥시장용 독자 모델을 개발하면서 협력을 강화하는 가운데, 상하이차가 한국GM의 기술력과 노하우를 활용하려고 인수를 검토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김필수 교수는 "상하이차는 이미 쌍용차 사태 때 '먹튀 논란'을 겪었기에 인수 가능성이 낮다고 본다"며 "외국계 자본은 기술탈취 등의 우려가 큰 만큼 국내 자동차 기업이 정부 지원을 통해 인수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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