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타이어 노사가 경영정상화에 한발 다가섰다. 금호타이어 채권단은 해외 업체에 매각할 경우 노동조합과 별도 협의를 거치겠다고 제안했고, 노조는 27일 채권단 제안을 수용할지 결정할 계획이다. 노조가 채권단 제안을 받아들이면 금호타이어의 경영정상화가 본격적으로 진행될 전망이다.

26일 채권단과 금호타이어에 따르면 채권단은 지난달 26일 금호타이어 차입금 1조3000억원의 만기를 1년 연장하기로 의결하면서, 한 달 뒤인 2월26일 회사와 채권단이 ‘경영정상화 계획 이행 양해각서(MOU)’를 체결해야 이 결정이 유효하다고 단서를 달았다. MOU에는 경영정상화 계획에 찬성하는 노조 동의서를 첨부해야 한다는 전제조건도 내걸었다.

노조는 “중국 타이어업체인 블랙스타에 매각하지 않겠다고 확약을 해야 경영정상화에 동의할 수 있다”고 버텼다. 채권단은 “향후 해외 투자 유치가 불가피하면 노조와 별도 협의를 거치겠다”고 추가 제안했다. 업계에서는 채권단이 금호타이어를 국내 투자자에 우선적으로 매각하겠다는 신호를 보냈다는 해석이 나온다.

채권단 관계자는 “금호타이어 노사가 경영정상화 방안에 대해 끝까지 합의를 못하면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며 “채권단 제안을 노조가 수용할지에 따라 금호타이어 생존 여부가 결정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거듭된 매각 실패와 중국 시장 부진, 강경 노조의 고집 등이 금호타이어를 위기에 빠뜨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금호타이어 매각 작업은 2016년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채권단은 지난해 초 중국 더블스타를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지만, 금호타이어 경영권과 우선매수청구권을 가지고 있던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인수전에 뛰어들면서 상황은 복잡해졌다. 박 회장은 “개인 자금으로만 인수해야 한다”는 채권단 방침에 막혀 금호타이어를 사들이는 데 실패했다. 매각이 지연되는 와중에 더블스타는 금호타이어 실적 악화를 이유로 매각가를 낮춰 달라고 요구했다. 채권단이 더블스타 요구를 거절하면서 지난해 9월 매각은 결렬됐다. 박 회장은 경영권을 내려놓고, 우선매수청구권도 포기했다.

금호타이어는 지난해 말 ‘P플랜(초단기법정관리)설’이 제기돼 시장에서 입지가 더욱 좁아졌다. 이후 금호타이어 인수 후보로 SK그룹과 더블스타가 거론됐지만 논의는 매듭을 짓지 못했다. 회사의 향방이 갈피를 잡지 못하는 사이 금호타이어 브랜드 가치는 급격하게 떨어졌다.

실적도 악화됐다. 금호타이어는 지난해 1569억원의 적자를 내며 2009년 이후 8년 만에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매출도 2조8773억원으로 전년 대비 2.4% 감소했다. 특히 중국 사정이 나쁘다. 금호타이어의 중국 법인 5곳은 지난해 1~3분기 1388억원의 당기순손실을 냈다.

매년 파업을 거듭한 노조도 금호타이어 추락의 원인으로 지목된다. 노조는 4년간의 워크아웃을 끝낸 2014년 12월23일 당장 파업을 결의했다. 이후 한 해도 거르지 않고 파업했다. 노조는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모두 51일간 파업했고, 그 손실액은 4075억원에 달했다.

직원 임금은 계속 올랐다. 지난해 금호타이어 직원의 평균 연봉은 6900만원으로, 전년 대비 15% 증가했다. 경쟁사인 한국타이어(6800만원)와 넥센타이어(6100만원)보다 높은 수준이다. 위기설이 불거진 이후에도 노조는 바뀌지 않았다. 채권단이 노조에 경영정상화에 동의하라고 요구하자 노조는 “자구안을 폐기하고 구조조정을 철회해야 한다”고 맞섰다. 최근에는 채권단이 더블스타에 매각하지 않겠다는 확약을 해야 경영정상화 교섭을 할 수 있다고 버티고 있다. 채권단은 경영정상화 MOU 체결 시한을 26일에서 27일로 연장했다.

도병욱/정지은 기자 dod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