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보험당국이 안방보험의 경영권을 넘겨받으면서 자회사인 한국 동양생명과 ABL생명(옛 알리안츠생명)의 향방이 안갯속에 휩싸였다. 금융당국은 고객과 투자자에겐 아무런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밝혔지만 안방보험이 보유한 두 회사가 매각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지배구조가 불투명한 안방보험이 2015년과 지난해 잇따라 동양생명과 ABL생명을 인수할 당시부터 사실상 ‘예고된 리스크’였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지배구조 불투명한 안방보험… 예고된 리스크 결국 터졌다"
우샤오후이 안방보험 회장이 23일 경제범죄 혐의로 기소되면서 한국 금융당국은 대주주가 바뀔 경우 적격성 심사를 다시 할 계획이다. 대주주 적격성 심사는 당국이 금융회사 대주주의 위법 사실 등을 고려해 주주 자격을 심사하는 제도다. 당초 은행권을 대상으로 시행하다가 지난해 8월부터 2금융권으로 확대했다. 금융사 대주주가 관련법을 위반해 벌금형 이상의 판결이 확정되면 지분 매각 명령을 받거나, 5년간 지분 10% 초과분에 대한 의결권을 제한받는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우샤오후이 회장이 동양생명과 ABL생명의 직접 최대주주는 아니기 때문에 주주 적격성 문제는 없을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상장회사인 동양생명의 최대주주는 안방보험그룹의 자회사인 안방생명보험으로, 지분 42%를 보유하고 있다. 비상장회사인 ABL생명은 안방그룹지주가 지분을 100% 보유 중이다.

하지만 창립자인 우샤오후이 회장이 사실상 안방보험그룹을 지배하고 있는 상황에서 대주주 적격성 심사가 강화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앞서 안방보험은 2016년 미국 스타우드호텔 인수를 시도하는 과정에서 불투명한 지배구조가 논란이 되면서 인수가 무산되기도 했다.

금융당국은 중국 당국의 안방보험 위탁경영에 따른 국내 투자자 및 고객에게 미치는 영향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중국 보험감독관리위원회도 이날 “안방보험의 경영상태는 안정적”이라며 “채권·채무 관계는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동양생명 관계자는 “지배구조가 변경되더라도 중국 모회사 사정일 뿐”이라며 “회사는 안정적으로 운영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업계에선 중국 당국이 안방보험의 해외 자산 매각을 서두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그동안 안방보험이 동양생명과 ABL생명의 몸집을 불린 뒤 비싼 가격에 시장에 내놓아 매각 차익을 챙긴 채 한국 시장에서 철수할 것이라는 우려가 적지 않았다. 2021년 새 국제회계기준(IFRS17) 도입을 앞두고 있음에도 두 회사가 부채 부담이 많은 저축성보험을 과도하게 판매해 단기간에 외형을 확대하는 데 주력한 것도 이런 우려를 키웠다.

이뿐만 아니라 두 회사에 포진하고 있는 안방보험 출신 인사의 교체 가능성도 제기된다. 안방보험 출신 동양생명 경영진은 지난해 9월 공동대표로 선임된 뤄젠룽 사장을 비롯해 야오다펑 이사회의장, 장커 부사장, 피터 진 상무다. ABL생명은 순레이 사장(옛 알리안츠생명 출신)을 제외한 이사회 구성원 9명 모두가 안방보험 인사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