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영자총협회 차기 회장 선출 과정에 정치권이 개입했다는 주장이 나와 파문이 일고 있다. 여권 핵심 국회의원이 특정인을 회장과 상근부회장 자리에 앉히기 위해 회장 선출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기업들을 움직였다는 소문까지 나돌고 있다. 경제계는 “이런 얘기가 사실이라면 평소 노동계에 맞서 경영계 목소리를 적극 대변해온 경총을 무력화하려는 시도가 있었던 것으로 볼 수 있다”며 사태 추이에 우려스러운 시선을 보내고 있다.

23일 언론 보도와 주요 기업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 소속 H의원은 이달 중순 일부 경총 회원사 관계자들을 만나 “22일 열리는 정기총회에서 손경식 CJ그룹 회장을 차기 회장으로 선출해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또 이 자리에서 김영배 상임부회장을 물러나게 하고, 최영기 전 노사정위원회 상임위원을 임명했으면 좋겠다는 뜻을 전달했다는 후문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지난 21일 경총 회장단 일부가 모여 박상희 전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장을 차기 회장으로 추대하기로 의견을 모았다는 보도가 나오자, H의원은 대기업 관계자들을 재차 압박·설득한 것으로 알려졌다.

H의원은 “지인이 CJ 측 인사를 소개해줘 만난 게 전부이며 경총 회장 선임과 관련해 대기업 관계자와 만나거나 개입한 사실이 없다”고 해명했다.

경총은 22일 정기총회와 차기 회장 후보자를 추천하는 전형위원회를 동시에 열었지만, 차기 회장을 결정하지 못했다. 전형위원 일부가 “박상희 회장은 차기 경총 회장을 맡기에 부적절하다”고 문제를 제기하면서다. 경총이 1970년 창립 이후 처음으로 회장·부회장 공석 상태인 가운데 자칫 이 문제가 ‘정치적 스캔들’로 비화할 경우 경제계는 물론 정치권에도 큰 파문이 예상된다.

도병욱/서정환 기자 dod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