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니가 세계 프리미엄 TV 시장에서 점유율을 높이며 ‘화려한 부활’을 선언했다. TV 판매량은 과거 전성기에 비해 절반 가까이 줄어들었지만 고화질 4K TV, OLED TV 등 고급 TV 시장을 공략한 것이 먹혔기 때문이다. 그 덕분에 2017회계연도(2017년 4월~2018년 3월) 영업이익은 창사 70년 역사상 최대 이익(7200억엔)을 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역대 최고치는 1997년의 5257억엔이었다. 체질 개선과 함께 엔저를 등에 업은 소니가 글로벌 시장에서 삼성전자 LG전자의 아성을 위협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고급화 전략 통했다

소니, 이젠 웃니?
22일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IHS마킷에 따르면 2500달러 이상 TV 시장에서 소니(36.9%)가 LG전자(33.0%), 삼성전자(18.5%)를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 전년(24.6%) 대비 10%포인트 이상 늘어난 수치다. TV 제조사들이 공유하는 또 다른 시장조사업체 자료에서는 삼성전자(39%), LG전자(26%)가 앞섰다. 하지만 소니의 점유율이 19%에서 24%로 뛰어 두 업체를 턱밑까지 추격한 것으로 나타났다.

소니 TV 사업부는 오랜 기간 ‘고난의 행군’을 걸었다. 2004년부터 10년간 누적 적자가 8000억엔에 달했다. 한발이라도 삐끗하면 TV 사업을 매각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대대적인 사업 재편을 시작했다. 2011년 삼성전자와의 LCD(액정표시장치)패널 합작 법인에서 철수하면서 다양한 업체로부터 패널을 공급받기 시작했다. 2012년엔 1만5000명을 감원하는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동시에 TV 판매량을 늘리기보다 수익성을 높이는 전략을 채택했다. 제품 출시국과 판매 채널도 대폭 축소했다. 2013년부터 한국에서 TV 판매를 중단한 이유다.

2014년에는 신기술로 주목받기 시작한 4K 해상도 대화면 TV에 선제적으로 뛰어들었다. TV 사업부(오디오 포함)는 2014년 흑자 전환(201억엔)에 성공해 2015년 506억엔, 2016년 585억엔의 실적을 올렸다. 지난해에는 OLED TV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했다. 2016년 LG전자가 OLED TV를 중심으로 프리미엄 TV 시장에서 영향력을 확대하자 재빨리 OLED 진영에 합류한 것이다.

실적 호전은 빠르게 가시화됐다. 지난해 TV 사업부 영업이익은 800억엔을 기록한 것으로 추산된다. 소니는 △게임(1800억엔) △반도체(1550억엔) △TV 및 오디오(800억엔) △카메라 및 이미지 센서(720억엔) 등 사업 전 부문의 선전에 힘입어 7200억엔 안팎의 영업이익을 올렸을 것으로 보고 있다.

◆국산 ‘텃밭’ 북미에서도 변화

소니, 이젠 웃니?
삼성전자의 텃밭이던 북미 시장에서도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IHS마킷 시장 점유율을 기준으로 2016년도 10%대를 회복한 데 이어 2017년 12.3%를 기록했다. 반면 삼성전자는 39.3%에서 36.6%로 점유율이 줄어들었다.

미국 최대 가전 유통점인 베스트바이가 삼성전자를 견제하기 위해 소니 제품을 적극적으로 마케팅했다는 분석이다. 베스트바이는 미국 TV 유통의 35%를 차지하고 있다. 가전업계 관계자는 “베스트바이는 TV 가격 협상에서 삼성전자가 ‘꼿꼿한’ 자세를 취하자 LG전자 OLED TV의 마케팅을 늘리는 방식으로 삼성전자의 점유율을 낮춰왔다”며 “지난해부터는 소니 TV에 적극적인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고 설명했다.

고재연 기자/뉴욕=김현석 특파원 y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