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강희태 롯데백화점 대표 "온라인몰 강화 최우선… 오프라인 한계 극복 나선다"
롯데쇼핑은 다소 독특한 경영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백화점, 대형마트, 슈퍼, 헬스&뷰티(H&B) 등 성격이 다른 유통사업을 한 회사에 합쳐놓고 경영은 독립적으로 한다. 백화점, 대형마트 등을 별도 법인으로 운영하는 경쟁사들과 다르다. 대표도 한 명이 아니라 여러 명이다. 맏형 격인 롯데백화점의 강희태 대표는 백화점을 이끌면서 각 사업을 아우른다. 롯데마트는 김종인 대표가 2015년부터 3년째 맡고 있다. 강종현 롯데슈퍼 대표와 선우영 롭스 대표는 올초 그룹 인사에서 신규 선임됐다.

이들이 강조하는 바도 다르다. 강희태 대표는 온라인을 최우선 순위에 놓고 오프라인의 한계 극복에 나선다. 김 대표는 ‘건강 마트’를 내세우며 ‘건강 가치 제안 전문기업’이란 새로운 비전을 제시했다. 강종현 대표는 획일화된 롯데슈퍼를 지역별 특화 매장으로 바꾸겠다고 했다. 롯데그룹 첫 여성 최고경영자(CEO)인 선우 대표는 공격적인 점포 확장 계획을 밝혔다.

“온라인몰 강화하겠다”

강희태 롯데백화점 대표는 작년 11월11일 ‘중국판 블랙프라이데이’로 불리는 광군제 행사를 보고 충격을 받았다. 이날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기업 알리바바의 매출액은 28조원. 국내 백화점 1년 매출과 맞먹는다. 강 대표는 “온라인에서 정면으로 승부하지 않고선 미래가 없다고 느꼈다”고 했다.

그는 “롯데백화점 온라인몰인 엘롯데의 새로운 플랫폼을 구축하고 오프라인 매장과 연계할 것”이라며 “올해 온라인사업 강화를 최우선 순위에 두겠다”고 말했다. 이어 “10% 이내인 온라인 매출 비중을 중장기적으로 30%까지 높이겠다”고 덧붙였다. 강 대표는 “다양한 정보통신기술(ICT)을 활용해 디지털화를 이뤄 온라인과 오프라인 연계 서비스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디지털 전환’을 위해 인공지능(AI) 도입에도 적극적이다. 그는 “작년 선보인 AI 채팅 로봇 로사와 로봇 쇼핑 도우미 엘봇이 시작”이라며 “스마트 쇼퍼, 스마트 테이블, 스마트 로커 등 매장을 방문한 소비자가 더 쉽고 편하게 쇼핑할 수 있는 정보기술(IT)을 꾸준히 개발할 것”이라고 말했다.

롯데백화점에서만 볼 수 있는 자체브랜드(PB)와 직매입 사업도 확장할 계획이다. 강 대표는 “작년 여성, 남성, 리빙 등 각 상품군에서 따로 운영하던 PB를 모아 ‘엘리든’이란 하나의 PB로 통합했다”며 “엘리든 상품군 강화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롯데백화점은 합리적인 가격에 좋은 품질의 니트를 판매하는 유닛 또한 올해 21번째 매장을 낼 계획이다. 강 대표는 “여성 의류 디자이너 편집숍 파슨스가 작년 10% 이상 매출 성장을 거뒀다”며 “18곳인 파슨스 매장을 올해 23개로 확대하고 20% 이상 매출을 늘리는 게 목표”라고 밝혔다. 롯데백화점은 최근 미래전략부문을 확장해 신사업과 온라인사업을 합쳐 미래전략본부로 격상시켰다. “그동안 유통업에서 시도하지 않던 새로운 사업, 콘텐츠를 자체 개발해 작은 성공을 하나하나 쌓아가기 위해서”라고 강 대표는 설명했다.

“대형마트가 아니라 건강 전문점”

김종인 롯데마트 대표는 올해 롯데마트 창립 20년을 맞아 ‘건강’을 핵심 가치로 제시했다. 상품을 대량으로 싸게 공급하는 기존 대형마트란 업태에서 벗어나 건강이란 콘셉트를 제안하는 기업으로 탈바꿈하겠다는 의미다. 롯데마트의 새 슬로건도 ‘건강이 모든 것(Health is everything)’으로 정했다. 건강한 식생활을 제안할 수 있는 방향으로 상품전략을 바꾸겠다는 것이다.

김 대표는 “롯데마트가 왜 생활의 답이 되는지 지속적으로 알릴 것”이라며 “건강이란 하나의 가치에만 집중해 앞으로 20년을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혁신적 사고와 빠른 의사결정을 위해 “스타트업처럼 바로 결정하고 바로 실행하는 조직을 만들겠다”고도 했다. 롯데마트는 올해 캐치프레이즈로 ‘스타트업 2018’을 정했다. 직원 개인 책상을 없애고 공용 책상만 뒀다. 회의도 되도록 하지 않도록 했다. “현장에 많이 나가고 현장에서 바로 문제를 해결하라”는 의미에서다. 또 팀장에게 책임과 권한을 많이 줘 도전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해줬다. 김 대표는 “빠르게 변하는 유통 환경 속에서 스타트업의 혁신성을 벤치마킹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롯데마트의 모든 팀과 점포가 각각 유니콘 기업(기업가치 1조원 이상의 스타트업)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하는 게 목표”라고 강조했다.

“동네마다 다른 슈퍼로 바꾸겠다”

강종현 롯데슈퍼 대표는 올해 키워드를 ‘프리미엄’과 소비자에게 심리적 만족감을 준다는 의미의 ‘가심비’ 두 개로 정했다.

강 대표는 “소득 상위 30%를 위한 프리미엄 슈퍼마켓 롯데 프리미엄 푸드마켓과 기존 롯데슈퍼를 상권 특성에 맞춰 바꾸는 새로운 콘셉트 점포 확장에 주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롯데 프리미엄 푸드마켓은 최상위 품목 5%, 백화점 식품관에서 볼 수 있는 프리미엄 상품 40%, 대중적 상품 55%로 구성된 특화 매장이다. 서울 도곡점, 문정점, 공덕점, 서초점 등 4개 매장을 지금까지 열었다.

점포 입지와 상권에 따라 매장의 콘셉트도 바꾼다. 지금까지는 전국 460여 개 매장이 다 비슷했다. 전국에 하나밖에 없는 매장으로 바꿔 놓겠다는 것이다. 강 대표는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에 발맞춰 소비자에게 새로운 쇼핑 경험과 편의성을 제공하고자 온라인 강화, 옴니채널 다양화도 시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조직 운영도 기존에 답습하던 것을 버리고 근본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으로 하나하나 개선할 것”이라며 “현장 중심 경영을 확립하고, 수익 위주의 질적 성장을 통해 장기적 성장의 밑바탕을 다지겠다”고 했다.

“경쟁사 맞서 덩치 키우기 올인”

H&B사업을 하는 롭스 대표를 맡은 선우영 대표는 “올해 50곳의 새로운 매장을 열겠다”고 했다. 작년 말 기준 96개인 매장 수를 50% 이상 확장하겠다는 것이다. 매출 또한 전년 대비 50% 이상 늘릴 방침이다. 경쟁하는 올리브영에 맞서려면 우선 덩치를 키우는 게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선우 대표는 “철저하게 소비자 관점에서 서비스를 개편하고 소비자의 평가를 냉정하게 받아 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그는 직전까지 근무하던 롯데하이마트에서 스틱 청소기를 들여와 국내에 가장 먼저 소개한 적이 있다. 그는 “당시엔 팔릴까 하는 생각을 하던 것이 지금은 롯데하이마트에서 가장 인기 있는 품목이 됐다”며 “소비자가 좋아하는 것을 먼저 제안하고 반응을 민감하게 살피겠다”고 강조했다.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