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현 한국블록체인오픈포럼 의장이 21일 서울 중림동 한국경제신문사에서 열린 ‘암호화폐와 블록체인의 미래’ 포럼에서 강연하고 있다.  /강은구 기자 egkang@hankyung.com
오세현 한국블록체인오픈포럼 의장이 21일 서울 중림동 한국경제신문사에서 열린 ‘암호화폐와 블록체인의 미래’ 포럼에서 강연하고 있다. /강은구 기자 egkang@hankyung.com
“비트코인 같은 가상화폐와 블록체인은 별개지만 가상화폐는 블록체인 기술 발전의 중요한 인센티브입니다.”

오세현 한국블록체인오픈포럼 의장 겸 SK텔레콤 블록체인사업개발유닛장(전무)은 21일 서울 중림동 한국경제신문사에서 열린 ‘암호화폐와 블록체인의 미래’ 포럼에서 “가상화폐 없이도 블록체인이 발전할 수 있겠지만 속도는 상당히 느려질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오 의장은 가상화폐를 허용해 기술 발전을 촉진하고 일자리를 창출한 스위스, 네덜란드, 중국 등의 사례를 들었다. 그는 “스위스는 인구 3만 명인 주크라는 작은 도시를 가상화폐 관련 규제를 풀어주는 대신 관련 업체를 설립할 때 자국 시민 3명 이상을 고용하게 했다”며 “그 결과 지난해 전 세계 가상화폐공개(ICO)의 50%가 이곳에서 이뤄졌다“고 전했다.

오 의장은 블록체인 기술이 일반 상거래와 정부 부문에서도 혁명을 일으킬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블록체인은 금융뿐만 아니라 물류, 제조업, 콘텐츠 등 모든 산업에 쓰일 수 있다”며 “공공부문에서도 정부가 보조금 등이 제대로 쓰이는지 추적할 수 있어 예산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고 했다.

ICO로 인해 자본시장에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는 진단도 나왔다. 김종승 SK텔레콤 블록체인 태스크포스(TF)팀장은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도 혁신적인 블록체인 기술만 있으면 ICO로 자금을 모을 수 있다”며 “전 세계적으로 지난 4년간 6조5000억원의 자금이 ICO에 몰렸다”고 설명했다.

오 의장은 하지만 일반인들이 무분별하게 가상화폐 투자에 나서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일부 거래자는 가상화폐 발행 주체의 비즈니스 모델을 담은 백서도 안 보고 무분별하게 투자하는 등 부작용이 심각하다”고 분석했다. 김 팀장도 “투자자들이 가상화폐를 살 때 주식 투자라고 생각하고 코인 발행 주체의 수익모델과 발전 가능성을 점검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한국HR포럼과 한국경제신문사, 한경BP가 공동으로 개최한 이날 행사에는 블록체인 업계 관계자와 가상화폐 투자자 등 400여 명이 몰렸다. 발표자로 나선 오 의장과 김 팀장은 최근 발간된 책 《블록체인노믹스》의 공동 저자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