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오른쪽)이 21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한국GM 사태’와 미국의 통상정책 등 현안에 대해 답변하고 있다. 왼쪽은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  /김영우 기자 youngwoo@hankyung.com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오른쪽)이 21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한국GM 사태’와 미국의 통상정책 등 현안에 대해 답변하고 있다. 왼쪽은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 /김영우 기자 youngwoo@hankyung.com
완전 자본잠식에 빠진 한국GM에 대한 자금 지원 방안을 놓고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최대 주주(지분율 76.96%)인 미국 제너럴모터스(GM) 본사가 한국에 빌려준 대여금을 출자전환하는 방식으로 증자에 참여하겠다고 제안하면서다. 2대 주주(17.02%)인 산업은행만 유상증자와 대출 재개를 통해 신규 자금(뉴머니)을 투입해야 하는 구조다. 이런 이유로 최대 주주인 GM이 2대 주주인 산은에 한국GM 부실 경영 책임을 떠넘기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형평성 논란 왜 나오나

GM이 한국 정부에 한 요구는 한국GM에 대한 △3조원 안팎 증자에 참여(산은 5000억원) △수천억원 규모의 대출 재개 △세금 감면 등이다. 정부는 GM이 먼저 회생 방안을 내놔야 한다는 입장이다.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21일 국회에 출석해 “GM이 먼저 기존의 불투명한 경영 개선, 장기투자 계획, 고용 안정 대책 등을 내놔야 한다”고 기존 뜻을 재확인했다.

GM은 이미 어느 정도 ‘패’를 보여준 상태다. 지난 19일 방한한 배리 엥글 GM 해외사업부문(GMI) 사장은 한국GM에 신차 2종을 배정하고, 연간 5000억원 안팎의 비용을 절감하겠다는 ‘밑그림’을 제시했다. 엥글 사장은 21일엔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과 비공개 면담을 가졌다. 한국GM 회생 방안을 설명한 후 산은의 자금 지원을 재차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에선 한국 정부가 실사 및 경영 정상화 방안 검토를 거쳐 어떤 방식으로든 자금 지원에 동참하지 않겠냐는 관측이 나온다.

하지만 증자 및 대출, 세금 감면 등 지원 방식을 놓고 형평성 논란이 적지 않다. GM은 한국GM이 본사에서 빌린 돈(약 3조원 이상) 중 2조5000억~3조원을 주식으로 바꾸는 출자전환 방식의 증자를 추진 중이다. 이를 통해 한국GM이 자본잠식에서 벗어나 연간 1000억~2000억원씩 물던 이자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는 게 GM 측 설명이다. 한국GM 관계자는 “해외 다른 사업장에서 조(兆) 단위 출자전환을 해 빚을 탕감해준 전례가 없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신규자금 투입 없이 기존 부실채권을 주식으로 전환하는 형태로 증자하는 데 대한 비판은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과연 한국GM을 살릴 의지가 있느냐는 것이다. 실제 출자전환 시 운영자금 확보엔 도움이 되지 않는다. 반면 채권이 없는 산은으로선 지분비율대로 5000억원 이상의 신규 자금을 넣어야 한다. GM은 ‘썩은 돈(상환받기 힘든 채권)’만 넣고, 산은엔 ‘새 돈’을 요구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정부 관계자는 “GM도 어느 정도 실탄을 넣어야 산은이 증자에 참여할 명분이 생긴다”고 강조했다. 뒷맛이 개운치 않은 이유는 또 있다. 산은이 증자를 통해 신규 자금을 한국GM에 투입하면 자기자본으로 분류된다. 자기자본은 대출을 통해 빌려준 채권보다 변제 순위가 떨어진다.

◆GM, 비판여론 돌파할까

그렇다고 산은이 증자 규모를 줄이고 대규모 대출을 해주기도 쉽지 않다. 한국GM에 낮은 금리로 수천억원을 빌려줄 경우 특혜 논란이 불거질 공산이 커서다. 한국GM의 재무구조가 취약해 다른 은행들을 끌어들여 채권단을 구성하고 리스크를 분산시키기도 어렵다는 평가다. 금융권 고위 관계자는 “산은이 증자에 참여하면 한도를 설정해 제한적 대출을 재개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아야 할 것”이라며 “일반대출보다는 한국GM이 정상화될 경우 주식으로 바꿀 수 있는 전환사채(CB) 발행 등을 검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외국인투자지역 지정을 통한 세금 감면 요구는 받아들이기 어려울 것이란 분석이 많다. 법규상 외투지역으로 지정되기 위해선 일정 규모 이상 생산시설을 신·증설해야 하는데, 한국GM의 경우 기존 공장 생산라인 교체여서 혜택을 주기 쉽지 않다는 게 대체적 시각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외투지역으로 지정하면 다른 나라들이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GM은 이 같은 논란에 대응하기 위해 다음달 한국GM에 신차 2종을 배정하는 동시에 향후 10년간 3조원 안팎의 투자를 확약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자본 확충을 위한 신규 자금 투입 대신 ‘뉴머니’ 성격의 투자비를 투입해 비판 여론을 잠재우겠다는 계산이다. GM은 부평공장에 트랙스 후속 모델을, 창원공장에 차세대 크로스오버유틸리티차량(CUV)을 배정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장창민/박신영 기자 cm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