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그룹 회장의 ‘무자원 산유국’ 꿈이 현실화하고 있다. 선친인 최종현 회장이 1983년 해외 석유개발에 나선 지 35년 만이다. 최 회장은 2004년 해외 석유개발사업을 총괄하는 R&I(Resource & Investment)부문을 신설해 광구 투자에 나섰다. 2014년엔 비(非)전통원유로 꼽히는 미국 셰일오일 생산 광구 두 곳을 인수하는 등 석유개발사업 다각화도 추진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 남중국해 광구서 "유(油)레카"
SK이노베이션은 중국 남중국해 PRMB 17/03 광구에서 원유 탐사에 성공했다고 21일 밝혔다. 중국 해양 석유개발 사업에 진출해 독자적인 광구 운영권을 보유하고 시추한 첫 탐사정에서 성과를 냈다.

SK이노베이션은 2015년 2월 광구 운영권을 확보한 뒤 지질조사 등 기초탐사 작업을 해왔으며 지난해 12월 34.8m 두께의 유효 유층을 발견했다. 시험생산 과정에서 지층의 자연 압력만으로 하루 최대 3750배럴 원유를 채굴하는 데 성공했다. 이 광구의 지분 80%를 보유한 SK이노베이션은 매장량과 상업성을 확인할 계획이다.

회사 관계자는 “상업성이 있다고 판단하면 이를 발판으로 남중국해에서 석유생산 플랫폼을 구축해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SK이노베이션은 이번 탐사에 성공한 곳 외에 04/20 광구와 17/08 광구 등 남중국해에서 3개의 탐사 운영권 사업을 벌이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1983년 인도네시아 카리문 광구 지분 인수를 통해 해외 석유개발 사업을 시작했다. 현재는 미국과 페루, 베트남 등 9개국에서 13개 광구와 4개 LNG(액화천연가스)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이 보유하고 있는 원유 지분은 5억3000만BOE(원유와 가스를 합쳐 원유로 환산한 배럴)에 달한다. 한국이 6개월간 쓸 수 있는 양이다.

최 회장은 성공 확률이 낮지만 수익도 커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으로 불리는 자원개발사업 특성을 이해하고 뚝심있게 석유개발사업을 추진해왔다. 2005년 큰 기대를 걸고 추진한 미국 루이지애나 광구 탐사가 실패로 끝났을 때도 “책임을 따지기보다 성과를 인정해주는 것이 필요하다”며 임직원을 다독였다. 페루 광구는 1996년부터 17년간 세 명의 대통령을 여섯 번이나 만나며 현장을 지휘했다. 이렇게 쌓인 경험을 바탕으로 SK이노베이션은 지난해 석유개발사업에서 1884억원의 영업이익을 달성했다. 2015년(620억원)과 2016년(1052억원)을 훌쩍 뛰어넘는 실적이다. 지난해 국제 유가가 배럴당 50달러 내외의 낮은 수준에 머물렀지만 석유개발사업 수익성은 꾸준히 개선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김보형 기자 kph21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