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들이 잇따라 기업 여신 시스템을 재정비하고 있다. 자동차, 철강 등 전통업종 불황과 관련해 중소기업 대출 부실화에 대비하는 모습이다.

20일 금융계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최근 기업위험정보 알람 시스템 개발을 끝내고 일부 영업점에서 시험 운영을 시작했다. 대출해준 기업의 신용상태에 영향을 미치는 업계 동향, 주주 변동과 재무 관련 정보 등 각종 정보를 종합해 이상징후가 발생한 기업을 자동으로 알려주는 시스템이다.

신한은행은 지난달 기업여신 승인 시스템 개선사업을 시작했다. 각종 데이터를 활용해 전산으로 대출 가능 여부와 대출한도 등 결과값을 자동 산출하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신한은행은 개인대출과 소규모 자영업자, 법인대출에 한해 적용해 온 이 같은 시스템을 중소기업 대출에도 확대한다는 전략이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업무를 자동화해 기업 여신 담당자들은 기업의 평판과 같은 각종 비금융 정보를 조사하는 등 심층적인 여신심사에 집중할 수 있게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KEB하나은행도 작년 말부터 기업신용평가시스템을 개선하는 사업을 진행 중이다. 기존에는 별도 시스템을 통해 시행한 기업신용평가를 여신시스템에 통합하면서 전반적인 기업 신용평가 체계를 점검하고 업그레이드한다.

시중은행들이 잇따라 기업대출 부문을 강화하는 것은 앞으로 몇 년간 은행의 실적이 기업대출 부문에 달려 있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미국과의 통상 마찰 등 각종 악재로 경기가 안 좋은 상황에서 금리가 오르고 있어 중소기업 대출 부실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은행들은 그럼에도 여신을 줄이거나 영업을 소홀히 할 수 없는 상황이다.

한 시중은행 부행장은 “최근 몇 년 새 은행의 성장을 이끈 가계대출은 정부 규제와 부동산 경기 하강 우려 등으로 한계에 다다랐다”며 “이런 상황에서 중소기업 대출이 위험하다고 여신을 줄이면 경쟁 은행에 시장을 빼앗긴다”고 말했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