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경영' 보폭 넓히는 조현준, 베트남 이어 인도에도 대규모 투자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사진)이 인도와 베트남 투자 확대를 통해 글로벌 시장 공략에 나섰다. ‘포스트 차이나’로 꼽히는 이들 지역에 효성의 세계 1등 제품인 스판덱스와 타이어코드 공장을 건설해 경쟁력을 끌어올리겠다는 구상이다. 효성은 전체 매출의 80%가 수출에서 나온다. ‘100년 효성’을 목표로 내건 조 회장이 글로벌 경영에 시동을 걸었다는 분석이다.

◆베트남 이어 인도 투자 확대

조 회장은 지난 18일 인도 뭄바이에서 나렌드라 모디 총리와 만나 중부 마하라슈트라주 아우랑가바드시에 스판덱스 공장을 건립하기로 합의했다. 8일 응우옌쑤언푹 베트남 총리를 만나 꽝남성 타이어코드 공장 신설 등을 논의한 지 열흘 만에 또다시 해외 투자 카드를 꺼낸 것이다.

조 회장은 모디 총리에게 “인도는 세계 최대 섬유시장 중 하나로 앞으로도 시장 규모가 확대될 것”이라며 “인도 정부의 전폭적인 지지로 공장을 세우게 된 만큼 앞으로도 효성과 인도가 함께 성장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효성이 인도에 스판덱스 공장을 짓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효성은 우선 1억달러(약 1100억원)를 투자해 2019년까지 아우랑가바드시 인근 아우릭 공단 내 40만㎡ 부지에 스판덱스 공장을 건설할 계획이다. 시장 수요가 늘어나면 추가 증설 방안도 검토한다. 스판덱스는 탄력과 강도가 뛰어난 고부가가치 합성섬유로 ‘섬유의 반도체’로 불린다. 효성의 스판덱스 브랜드 ‘크레오라’는 세계 1위 점유율(32%)을 기록 중이다. 효성은 인도 공장 가동을 통해 60% 수준인 현지 시장 점유율을 70%로 늘려나갈 방침이다. 인도 스판덱스 시장은 연평균 성장률이 16%에 달할 정도로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다.

모디 총리는 “한국은 인도의 고도성장을 견인하고 있는 ‘메이크 인 인디아’ 정책의 핵심 파트너”라며 “효성의 투자로 인도의 미래 경쟁력이 높아지고 산업 기반이 다져지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인도는 효성의 스판덱스 공장이 편직과 염가공, 봉제 등 연관산업을 발전시켜 고용 확대 등 경제발전 효과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사업 영역 넓히는 효성

효성은 2007년 인도에 진출한 이후 2012년부터 뉴델리에 무역법인을 운영하고 있다. 2016년엔 중부 푸네지역에 초고압 차단기 생산공장도 설립했다. 현지 매출은 3억달러(약 3200억원)에 달한다.

조 회장과 모디 총리는 산업용 섬유와 중공업, 금융자동화기기 등 인도 사업 확대 방안도 논의했다. 조 회장은 탄소섬유와 아라미드 등 효성 신사업의 인도 진출을 위한 애로사항을 건의하고, 규제 완화 등도 요청했다. 중공업 부문에서는 인도 국영송전공사(PGCIL) 입찰에도 적극 참여하겠다는 의사를 전달했다. 아울러 에너지저장장치(ESS)와 친환경 송전시스템 분야에서도 사업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조 회장과 모디 총리는 이날 나란히 ‘마그네틱 마하라슈트라 컨버전스 2018 전시회’에도 참석했다. 효성의 스판덱스 공장이 들어설 예정인 마하라슈트라 주정부가 인도 경제개발 방향을 제시하고, 해외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 마련한 행사다. 조 회장은 개막식 축사를 통해 “효성은 세계 주역으로 도약하고 있는 인도에서 미래를 찾고 인도인들에게 사랑받는 기업으로 성장하겠다”고 다짐했다. 조 회장은 라탄 타타 타타그룹 회장과 무케시 암바니 릴라이언스그룹 회장 등 인도 경제계 인사들과도 환담했다.

김보형 기자 kph21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