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 검사역을 은행에 상주시키겠다는 것은 최흥식 금감원장의 아이디어다. 그는 지난해 12월19일 취임 100일을 맞아 연 기자간담회에서 “내년부터 대형 금융회사를 중심으로 ‘상주 검사역 제도’를 운영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상주 검사역은 금융회사에 장기간 머물면서 가계·기업 대출 등을 비롯해 은행의 위험 요인을 사전에 파악하고 대응책을 준비하는 일을 한다. 금감원은 금융회사의 건전성 제고를 취지로 설명하지만 금융회사들은 과도한 경영 간섭이라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금감원 검사역 상주까지 하며 은행 경영간섭 하나"
금감원은 기존에도 일부 금융회사에 상주하는 직원을 파견한 적이 있다. 근거 규정은 검사 및 제재규정 시행세칙 6조 2항으로 금감원장이 ‘필요하다고 판단하면’ 검사역을 일정 기간 상주시킬 수 있다. 금감원은 지금까지 이 조항을 근거로 ‘파견 감독관’ 제도를 운영해왔다. 이들은 주로 부실에 빠진 금융회사에서 일했다.

상주 검사역은 같은 조항을 다르게 적용하는 사례다. 금감원은 상주 검사역이 나갈 금융회사로 현재 정상적인 영업을 하고 있더라도 부실이 생겼을 경우 국민 경제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는 곳을 검토하고 있다. 대형 금융지주회사와 은행 등이 주로 해당된다. 금융위가 지정한 ‘시스템적으로 중요한 대형은행(D-SIB)’으로 신한금융, KB금융, 하나금융, 농협금융 등 4대 금융지주와 그 산하 은행, 우리은행 등이다.

금감원은 특히 금융회사 자율 경영을 강조하는 미국도 상주 검사역 제도를 운영 중이라는 점을 내세우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미국 통화감독청(OCC)은 총 자산 500억달러 이상의 대형 은행 18곳에 상주하는 검사역을 파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금융지주사와 은행들은 반발하고 있다. 이미 상임감사위원 제도를 운영 중인 데다 회사별로 리스크 담당 임원이 업무를 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미국과 한국 감독기관의 문화 차이를 이해하지 못하고 내놓은 제도라는 의견도 있다. 한 금융지주사 임원은 “미국의 감독기관은 적어도 정권의 입맛에 맞는 정치 검사를 하진 않는다”며 “만일 금감원이 정치적인 영향을 받지 않고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검사를 지금까지 해왔다면 이처럼 반발이 크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국처럼 관치금융이 뿌리깊은 곳에선 일제가 대한제국에 통감을 파견해 통치한 것과 같은 현상이 빚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금감원이 파견한 상주 검사역이 해당 금융회사의 부실 징후를 감지하지 못하고 문제가 생겼을 경우 책임 소재에 논란이 있을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이에 대해 금감원은 “아직 인력 규모와 파견 기간 등을 검토 중”이라며 “은행들이 업무에 부담을 느끼지 않을 방법 등을 강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신영 기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