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라면 시장은 지난해 3년 만에 규모가 줄었다. 농심 오뚜기 삼양식품 팔도 등 주요 4개사의 매출 합계가 2조원 아래로 떨어졌다. 대형 히트상품이 없었던 데다 가정간편식(HMR) 시장이 커진 영향을 받았다. 라면업체들은 시장 변화에 집중하며 돌파구 찾기에 나섰다. 업계가 꼽은 올해 라면 시장 트렌드는 다섯 가지로 압축된다. 키워드는 ‘YOUNG’. 10~20대 소비가 더 늘어나고(Young), 컵라면이 봉지라면보다 인기를 끌며(On the road), 건강을 생각한 무첨가 프리미엄 라면(Upgrade)과 건면(Non-frying) 제품 판매가 증가할 것이란 전망이다. 정체된 국내 시장을 벗어나 해외에 집중(Global)한다는 전략도 세웠다.
2조 밑 졸아든 라면 시장… "올해는 편의점 라면"
◆봉지 위협하는 컵라면

올해 라면업계는 ‘편의점 4만 개 시대’를 맞아 본격적인 시장 재편이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우선 10~20대 입맛에 맞는 컵라면이 대거 출시될 예정이다. 편의점 채널이 확장되면서 젊은 층을 중심으로 간단히 물만 부어 먹을 수 있는 컵라면 소비가 늘고 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봉지라면 점유율은 66.5%, 용기면은 33.5%다. 하지만 성장세는 용기면이 가파르다. 지난 5년간 약 25% 성장했다. 같은 기간 봉지라면 시장은 5% 커지는 데 그쳤다. 업계 관계자는 “용기면은 편의점, 봉지라면은 대형마트를 중심으로 유통채널이 형성됐기 때문에 신제품 개발도 이에 맞춰 탄력을 받을 것”이라며 “업체마다 편의점용 이색 컵라면들을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봉지라면 부문에서는 건강을 생각한 건면과 프리미엄 라면 등의 성장이 예상된다. 튀기지 않은 비유탕면 시장은 지난해 923억원을 기록했다. 풀무원은 이 시장에서 ‘생면식감’이라는 브랜드로 연간 약 500억원의 매출을 내고 있다. 농심도 건면새우탕, 후루룩칼국수, 야채라면 등 건면 제품을 늘려가고 있다. 업계는 일본 라면 시장의 35%가 비유탕면인 만큼 현재 5%인 국내 비유탕면 시장의 성장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라면 수출 3억 달러 돌파

라면업계는 올해 해외 시장에도 공격적으로 나선다. 선두는 업계 1위인 농심이다. 지난해 신라면을 미국 최대 유통업체인 월마트 전 지점에 납품하기로 계약한 만큼 올해 본격적인 실적을 낼 전망이다. 중국과 미국에 생산 공장을 갖고 있는 농심은 2025년까지 해외 사업 비중을 40%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오뚜기도 진라면 등 인기 제품을 중심으로 동남아시아 시장에 진출할 채비를 하고 있다. 러시아에 주로 수출하는 팔도는 올해 수출 지역을 확대하고, 삼양식품도 불닭볶음면 수출을 늘려나갈 방침이다.

라면 4사가 올해 신제품 개발과 해외 진출에 적극적인 것은 라면 시장이 위축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라면 시장엔 개성있는 신제품이 쏟아져 나왔다. 농심의 볶음너구리, 오뚜기의 리얼치즈라면, 삼양식품의 와사마요볶음면, 팔도의 초계비빔면 등이다. 하지만 4개사의 매출 합계는 1조9900억원으로, 2016년의 2조400억원에 비해 줄었다.

시장점유율에도 큰 변화가 없었다. 시장조사업체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지난해 매출을 기준으로 한 농심의 시장 점유율은 56.2%로, 전년(55.2%)에 비해 1%포인트 높아졌다. 삼양식품도 불닭볶음면의 약진이 계속되면서 점유율이 10.9%에서 11.1%로 소폭 상승했다. 오뚜기는 판매량 점유율이 23.2%에서 25.6%로 높아졌지만, 매출 기준 점유율은 23.4%에서 23%로 오히려 떨어졌다. 10년째 가격을 올리지 않아 판매량은 늘었지만 실속은 없었다는 얘기다. 2016년 삼양식품과 함께 매출 기준 10%대 점유율을 기록한 팔도는 지난해 9.6%로 약 1%포인트 하락했다. 업계 관계자는 “HMR 시장이 커지고 소비자 취향이 다양해지면서 라면 신제품들이 시장에 큰 반향을 일으키지 못했다”며 “각 업체가 수출과 편의점 제품으로 돌파구를 찾으려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보라/이유정 기자 destinyb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