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회장, 딥체인지에서 블루오션으로
최태원 SK그룹 회장(사진)이 기존 시장의 경쟁에서 벗어나 새로운 시장을 창조하는 ‘블루오션 시프트’ 전략을 적극 추진한다. 극심한 경쟁을 뚫고 성장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판단에서다. 기업의 ‘사회적 가치’를 강조해온 최 회장의 경영 철학인 ‘딥 체인지(deep change·근원적 변화)’와 맥이 닿아 있는 점도 블루오션 시프트 전략을 추진하게 된 이유로 꼽힌다.

19일 SK그룹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과 SK하이닉스 등 주요 계열사는 올초부터 가동 중인 사회적 가치 창출 태스크포스(TF)에 블루오션 시프트 강화 방안 업무를 추가했다. 최 회장이 계열사 임직원에게 김위찬 프랑스 인시아드경영대학원 교수가 펴낸 《블루오션 시프트》를 선물하며 일독을 권하는 등 블루오션 전략에 관심을 나타낸 데 따른 조치다. 지난달 말 블루오션 시프트의 이해도를 높이기 위해 한국블루오션연구회장으로 활동 중인 김동재 연세대 국제대학원 교수를 계열사별로 초청해 특강도 열었다.

《블루오션 시프트》는 2005년 발간한 《블루오션 전략》을 통해 세계에 ‘블루오션(blue ocean: 경쟁이 없는 신시장)’ 열풍을 몰고 왔던 김 교수가 블루오션 창출을 위한 실전 매뉴얼을 담아낸 두 번째 책이다. “누군가가 이익을 보려면 다른 누군가가 희생해야 한다”며 경쟁을 강조하는 기존 경영학 이론과 달리 ‘창조’를 중시한다. 창조가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내고, 창조하는 기업만이 치열한 경쟁 속에서도 수익을 낼 수 있다는 논리다.

창조적 기업이 되기 위한 ‘인간다움(humanness)’이 필요하다는 이 책의 핵심 내용은 최 회장이 그동안 강조해왔던 사회적 가치와도 일맥상통한다. 최 회장은 지난해 12월 발간한 이 책에 ‘경제적 가치를 넘어서 사회적 가치를 창출해나가는 데 필요한 통찰력을 기를 수 있게 도와주는 책’이라는 서평을 쓰기도 했다. 최 회장이 지난달 2일 SK그룹 신년회에서 푸른색 무선 마이크를 사용한 점도 임원들에게 블루오션 전략을 강조하기 위한 취지인 것으로 알려졌다.

최 회장의 블루오션 전략은 서울 서린동 SK그룹 사옥 사무공간 공유화와 SK텔레콤의 ‘자율적 선택근무제’ 도입 등 기업문화 혁신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부서 간 칸막이를 허물고, 자율성을 높이는 등 일하는 방식부터 바꿔야 블루오션을 창조할 수 있다는 게 최 회장의 생각이다. SK그룹 관계자는 “최 회장이 지난달 신입사원들에게 ‘대기업도 힘들고 망할 수 있다’고 경고하는 등 레드오션(red ocean: 경쟁이 많은 시장) 탈피를 위한 혁신을 강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보형 기자 kph21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