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철강업계는 미국의 강도 높은 철강 수입규제가 현실화하면 당장 2분기 매출부터 타격을 받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특히 미국 수출 비중이 높은 세아제강과 넥스틸 등 강관업체의 피해가 클 것으로 예상된다.

철강업계 "2분기부터 매출 타격… 문재인 대통령이 협상 직접 나서달라"
업계는 미국 상무부의 권고를 받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오는 4월11일까지 시간을 끌지 않고 한 달 안에 결정을 내릴 것으로 보고 있다. 철강 수입 규제는 트럼프 대통령 결정 후 15일 뒤 시행되기 때문에 늦어도 올해 2분기부터는 국내 철강업계의 실적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전망이다.

업계는 또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을 포함한 12개 국가를 대상으로 최소 53%의 관세를 부과하면 미국에 대한 수출 자체를 포기해야 할 것이라고 걱정했다. 이 정도의 관세를 물지 않는 다른 국가의 제품과 경쟁이 불가능해지기 때문이다. 2016년 9월 열연과 냉연에서 각각 62.57%와 66.04%의 ‘관세폭탄’을 맞은 포스코는 이번 관세가 추가되면 관세율이 100%를 넘어선다.

하지만 미국 외의 지역으로 수출 시장을 다변화할 여지가 있는 포스코와 현대제철은 그나마 나은 여건이다. 유정용 강관 및 송유관 미국 수출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은 세아제강, 넥스틸, 휴스틸 등은 매출과 영업이익이 급감할 가능성이 높다. 포스코와 현대제철의 미국 매출 비중은 2~4% 수준인 반면 세아제강은 25%, 넥스틸은 80%에 이른다. 더욱이 유정용 강관의 미국 수출은 2016년 42만t에서 지난해 92만t으로 급증한 상태다. 송유관의 미국 수출도 같은 기간 35만t에서 53만t으로 늘었다. 한창 성장하는 시장에서 퇴출되는 이중의 충격을 받을지 모른다는 얘기다. 세아제강은 관세를 부과받지 않는 연산 15만t 규모의 미국 휴스턴 공장을 최대한 활용해 현지 생산을 늘린다는 계획이지만 얼마나 피해를 줄일 수 있을지는 유동적이다.

업계에선 철강 수입규제안이 시행되기까지 한 달가량의 기간이 남은 만큼 우리 정부가 미국 정부를 상대로 관세부과 철회를 위한 총력전을 펼쳐줄 것을 당부하고 있다. 박효정 넥스틸 사장은 “미국 정부의 관세폭탄으로 창사 이래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며 “문재인 대통령께서 직접 트럼프와 담판을 벌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산 철강수입을 막으면 미국 현지 자동차업체 및 에너지회사 등도 손실을 본다는 점을 부각할 필요도 있다고 주문했다. 철강협회 관계자는 “미국 정부가 한국을 예외 국가로 정하도록 통상역량을 집중해야 한다”며 “철강산업 측면에서만 접근하지 말고 그동안 한국 기업이 미국 내 일자리 창출에 얼마나 기여해왔는지도 알려야 한다”고 말했다.

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