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GM은 지난해 완전 자본잠식에 빠졌다. 2014년부터 2016년까지 3년간 2조원의 손실을 냈다. 작년에도 8000억~1조원가량 당기순손실을 본 것으로 추정된다. 미국 제너럴모터스(GM) 본사로부터 돈을 빌려 근근이 공장을 돌리고 있다. 누적 대여금만 3조4000억원에 달한다.

수출급감→가동률 저하→인건비 상승...'악순환의 덫' 못 빠져나오는 한국GM
한국GM이 이처럼 빈사지경에 내몰린 이유는 뭘까. 1차적으론 대주주인 GM 본사의 책임이 크다는 평가다. GM 본사에 매년 5000억원 가까운 돈을 이자로 물고, 본사로부터 부품을 비싸게 받아 차를 만들어 싸게 넘긴 탓이다. 매년 수천억원에 달하는 연구개발(R&D) 비용을 본사에 보낸 것도 재무구조를 어렵게 한 원인이다.

근본적인 이유로는 한국GM의 고질적인 ‘고비용 저효율’ 구조가 꼽힌다. ‘미국 GM의 쉐보레 브랜드 유럽·러시아 시장 철수→한국GM 수출 급감→공장 가동률 저하 속 인건비 상승’이란 악순환이 반복되면서 ‘적자의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이 많다. 미국 GM 본사가 2013년 이후 유럽 및 러시아 시장에서 철수하면서 한국GM의 완성차 수출은 2013년 63만 대에서 지난해 39만 대로 급감했다. 군산공장 가동률은 20%대로 뚝 떨어졌다. 공장을 놀리고 적자를 보는 동안에도 한국GM 근로자의 인건비는 계속 올랐다. 2002년과 비교해선 2.5배나 뛰었다.

고비용 저효율 구조는 한국GM만의 문제가 아니다. 경직된 노동시장과 높은 인건비, 낮은 생산성 등으로 한국 자동차산업 전반이 흔들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국내 자동차 회사 근로자의 임금은 다른 글로벌 완성차 업체와 비교해 높은 수준이다. 하지만 생산성은 되레 낮다. 한국(완성차 5개사 기준)에서 자동차 한 대를 생산하는 데 들어가는 시간(HPV·2015년 기준)은 26.8시간이다. 도요타(24.1시간)와 GM(23.4시간)보다 각각 11.2%, 14.5% 길다. 한국 완성차 업체의 매출 대비 임금 비중도 12.2%(2016년 기준)로 도요타(7.8%)와 폭스바겐(9.5%)보다 높다.

지난해 한국은 세계 자동차 생산 10대 국가 중 유일하게 2년 연속 생산량이 줄었다. 겨우 6위(411만4913대)에 턱걸이했다. 7위 멕시코(406만8415대)와의 격차는 불과 4만 대 수준까지 좁혀졌다.

장창민 기자 cm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