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 대기업 임원, 대형 법무법인 소속 변호사, 병원장 등 사회 지도층 인사들이 부동산 변칙 증여를 하다가 국세청에 대규모로 적발됐다. 국세청은 사회 지도층의 부동산 증여 관련 탈세가 전문가 등의 도움을 받아 갈수록 지능화되고 있는 것으로 판단하고 세무조사를 한층 강화하기로 했다.

"현금으로 몰래 증여해도 다 걸립니다"
국세청은 12일 대자산가를 포함한 사회 지도층의 부동산 세금 탈루 사례를 공개했다. 국세청은 작년 8월9일부터 모두 네 차례에 걸쳐 부동산 거래 관련 탈세 혐의자 총 1375명을 대상으로 기획 세무조사를 벌이고 있다. 이날까지 779명의 조사를 완료했고 596명은 조사를 계속하고 있다.

공직에 있는 60대 남성 A씨는 음식점을 하는 아들에게 상가 건물 취득 자금을 현금으로 몰래 줬다가 적발돼 수억원의 증여세를 추징당했다. 이 아들은 음식점 현금 매출도 빼돌렸다가 수억원의 소득세를 추가로 물게 됐다.

대기업 임원인 60대 남성 B씨는 두 아들에게 서울 서초구 아파트 매입 대금을 몰래 지원하고 일부 자금은 삼촌들이 빌려주는 것으로 위장했다가 역시 증여세 수억원이 부과됐다. 한 기업 사주 C씨는 그 기업 대표로 있는 아들에게 토지 구입 대금 수억원과 은행 담보대출금 이자 수억원을 대신 내주고도 세금을 내지 않다가 덜미가 잡혔다.

대형 로펌 변호사 D씨는 대학병원에서 일하는 딸에게 서울 송파구 아파트를 사주고 수천만원대의 증여세를 신고하지 않았다. 교육공무원으로 일했던 50대 여성 E씨는 소득이 없는 30대 아들의 아파트 담보대출금 수억원을 갚아주고 증여세를 탈루했다.

이들 외에도 △부동산 담보대출을 받아 아들의 상가 취득 자금을 대주고 세금을 탈루한 은행지점장 △아들에게 서울 강남 고급빌라 전세금 수십억원을 주고 증여세 신고를 하지 않은 요양병원장 △다수의 친족에게서 현금을 분할 증여받아 서울 강남구 아파트와 토지를 산 뒤 세금을 포탈한 세무회계전문가 등도 국세청 조사를 피해가지 못했다.

국세청은 당초 이달까지 운영할 계획이던 대기업·대재산가 변칙·상속 증여 검증 태스크포스(TF)를 오는 6월까지 연장하기로 했다.

이상열 기자 mustaf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