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금융지주 및 은행들이 작년 한 해 12조5000억원에 달하는 순이익을 올리며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시중금리가 상승한 데 따라 이자수익이 늘어난 데다 기업 구조조정 결과 부실대출까지 눈에 띄게 감소해서다. 하지만 금융회사들이 시중금리가 오를 때 대출금리는 빠른 속도로 최대한 많이 올리는 반면 예금금리는 소극적으로 올리면서 이자이익을 극대화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은행권 작년 순이익 12조5000억원 '사상최대'
◆금리 올라 이자이익만 40조원

11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KB·신한·하나·농협·BNK 등 다섯 개 금융지주와 우리·기업 등 두 개 은행이 작년 한 해 동안 거둬들인 당기순이익은 12조5501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년(2016년)에 거둬들인 9조4975억원과 비교하면 32%가량 늘었다. 이 가운데 KB금융은 2008년 지주 설립 이후 처음으로 3조원이 넘는 수익(3조3119억원)을 거둬 신한금융을 제치고 1위 금융지주에 올랐다. 신한금융도 2011년 3조1000억원의 순이익을 올린 이후 최대 규모인 2조9179억원을 기록했다. 하나금융은 2012년 지주 출범 이래 처음 순이익 2조원(2조368억원)을 돌파했다. 농협금융도 2012년 지주 설립 이후 최대인 8598억원을, 기업은행도 창립 이래 최대인 1조5085억원의 순이익을 올렸다.

지난해 시중금리가 상승국면에 접어들면서 7개 금융사의 핵심 수익원인 이자수익 증가가 이 같은 실적 성장을 주도했다. 7개 금융사들이 작년 한 해 거둬들인 이자이익만 39조4550억원으로 전년보다 7.24% 증가했다. 이자이익은 저금리 기조가 이어지면서 2014년 30조7486억원까지 쪼그라들었지만 이후 대출 규제 완화와 시중금리 인상 등으로 3년 만인 지난해 40조원 규모로 회복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지난해 은행들은 건전성 관리를 통해 우량 자산이 늘어 대손충당금이 대폭 줄었고 2011년 이후 순이익이 처음으로 10조원대를 넘어섰다”고 설명했다. 작년 금융사들의 부실채권 비율과 연체율 등도 역대 최저 수준을 나타냈다.

◆비이자이익 성장도 두드러져

지난해 금융사들의 실적을 살펴보면 비이자이익이 이자이익보다 더 많이 증가한 점이 눈에 띈다. 금융사 7곳에서 작년 한 해 거둬들인 비이자이익 합계는 8조1078억원으로 전년(4조9882억원)보다 62.53%(3조1196억원) 급증했다. 이는 이자이익 증가분(2조6649억원)을 웃돈다. KB금융은 지난해 비이자이익이 2조4821억원으로 전년에 기록한 1조424억원보다 두 배 넘게 증가했다. 기업은행도 비이자이익 부문에서 2016년 574억원보다 다섯 배가량 증가한 2806억원을 거뒀다. 한 금융지주 관계자는 “금융사들이 비은행부문 수익을 다변화한 결과”라며 “주식시장 호황 등으로 펀드, 신탁 등 금융상품 판매 확대가 수수료 수익 증가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사상 최대 이익을 내긴 했지만 해외 금융사들과 비교하면 여전히 수익성이 낮다는 지적도 내놓는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미국 주요 금융사들의 순이자마진(NIM)은 3% 안팎으로 1.7~2.7% 수준인 국내 은행보다 훨씬 높다”며 “총자산이익률(ROA)이 여전히 낮은 것도 국내 금융사들이 극복해야 할 점”이라고 말했다.

안상미 기자 sara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