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IT산업에 '숙제' 안긴 인텔 드론의 '개막식 공중쇼'
난 9일 평창동계올림픽 개막식에 사용된 드론 1218개에는 인텔의 로고가 선명하게 박혀 있었다. 이들은 어두운 평창 하늘을 밝히며 날아올라 비둘기와 스노보드 선수, 올림픽 로고 등을 입체적으로 표현했다.

드론의 이름은 ‘슈팅스타’. 배구공 정도 무게인 227g에 길이 30㎝ 크기로 20분가량 하늘을 날 수 있다. 흰색과 푸른색, 녹색, 붉은색 빛을 내는 LED(발광다이오드)가 탑재됐다. 사양 자체는 그리 대단하지 않다. 하지만 인텔의 위치시스템과 통신반도체, 센서가 장착되면서 사상 최대의 드론쇼를 연출했다.

핵심은 조종사 한 명이 1200여 개의 드론을 제어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SW)다. 인텔 엔지니어들이 세심하게 설계한 SW는 특정 이미지를 하늘에 수놓을 때 각 드론이 어디에 있어야 할지 결정한다. 20분이라는 배터리 가동 한계까지 감안해 개별 드론의 활동을 조종한다.

지난해 말 열린 슈퍼볼에서 미국 성조기를 표현한 드론은 평창의 강한 바람과 추위를 견디기 위해 변신했다. 프로펠러를 강풍에서 보호하기 위한 틀을 보강했고, 추위에도 배터리가 정상 가동되도록 배터리관리시스템(BMS)을 손봤다. 인텔의 드론팀은 한국에 오기 전 평창의 환경과 비슷한 핀란드에서 시험해보기도 했다. 인텔은 슈팅스타에 사용된 기술을 바탕으로 수백 개의 드론이 한 번에 통신 기지국의 고장 여부를 검사하고 넓은 면적을 정찰하는 서비스를 내놓을 계획이다.

지난해 삼성전자는 메모리 반도체 호황을 등에 업고 과거 24년간 반도체 1위였던 인텔을 제쳤다. 하지만 인텔은 세계 최강인 시스템 반도체 기술을 바탕으로 착실하게 다음 먹거리를 준비했다. 평창의 밤하늘을 수놓은 드론은 그런 노력의 결실이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정보기술(IT) 강국이라는 한국에서 올림픽이 열렸지만 정작 개막식 주인공 자리는 인텔이 차지했다”며 “반도체 호황에 가려진 한국 IT산업의 현주소를 보는 것 같아 씁쓸했다”고 말했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