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 2년 끈 임단협 타결… 권오갑의 '소통' 빛났다
현대중공업이 우여곡절 끝에 2년치 임금 및 단체협상을 타결했다. 권오갑 현대중공업지주 부회장(사진)이 ‘숨은 조력자’ 역할을 했다는 평가다.

현대중공업 노사는 2016년과 2017년 임단협 교섭에 합의했다고 9일 밝혔다. 현대중공업 노조가 이날 임단협 잠정합의안에 대해 조합원 투표를 한 결과 찬성 56.3%로 가결됐다. 2016년 임단협의 경우 그해 5월부터 협상에 들어가 1년9개월 만에 타결된 것이다. 합의안 주요 내용은 △기본급 동결 △임단협 타결 격려금 연 100%+150만원 △사업분할 조기 정착 격려금 150만원 △우리사주 대출금 1년 이자 비용 지원 △생활안정 지원금 20만원 지급 등이다.

조합원 합의를 이끌어낸 가장 큰 요인은 성과급과 상여금 분할 지급건이었다. 모두 권 부회장의 아이디어에서 나온 것이라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현대중공업은 2016년 약정임금의 185%로 예정된 성과급을 이번에 230%로 올렸다. 성과급은 그해 매출과 사고율 등으로 산출하는데 기준을 초과하는 성과급을 주게 된 것이다. 하지만 권 부회장은 한푼도 받지 못한다. 그는 솔선수범 차원에서 조선업 위기가 점화된 2014년 11월 이후 3년3개월째 월급을 받지 않고 반납해오고 있다. 권 부회장은 “내 월급은 없어도 괜찮으니 직원들이 이번 기회에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힘을 얻었으면 좋겠다”며 성과급 방안을 승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상여금 분할 지급 방안도 노조원들의 안정적인 가계자금 운용을 위한 배려였다는 분석이다. 그동안 조합원들은 상여금을 두 달에 한 번씩 몰아 받아 실수령액이 월별로 들쭉날쭉했다. 하지만 이번에 800% 상여금 중 300%를 떼어내 매월 25%씩 월급에 포함시켜 균일화했다.

권 부회장이 현대중공업 사장으로 재직한 2014년 9월부터 2017년 12월까지는 사상 최악의 경영환경이었다. 수주절벽으로 회사 생존이 불투명해지자 3000여 명에 대한 희망퇴직을 단행해야 했다. 노사관계도 최악으로 치달을 수 있었다. 노조는 2016년 말 민주노총에 가입하면서 전면 투쟁을 선언했고 파업도 2년간 23회나 벌였다. 하지만 권 부회장은 노조 압박이나 파업에 휘둘리지 않았고 ‘원칙’을 고수하면서 회사 정상화를 이끌었다. 조합원과 꾸준히 소통하며 현장 경영을 펼친 것도 효과가 있었다. 회사 관계자는 “순탄치 않은 노사관계로 회사가 어려워질 수 있었지만 권 부회장의 노력으로 임단협을 타결하고 노사화합의 기반을 다질 수 있었다”고 말했다.

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