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네이버 FARM] 휴전선 근처서 와인 땅굴 팠더니 외국인 관광객 연 6만명 찾았다
경기 파주시 최북단 적성면에 있는 산머루농원. 이곳에는 긴 지하 땅굴이 있다. 추운 겨울에도 더운 여름에도 항상 15도 안팎의 실내온도를 유지하는 ‘와인터널’이다. 터널에 들어서자 2006년 수확한 머루로 담근 와인이 오크통에서 숙성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73m에 이르는 터널을 뚫은 건 산머루농원의 서우석·서충원 부자다. 2005년 더 좋은 머루주(酒)를 빚기 위해 아버지가 만든 지하 저장고를 아들인 서충원 대표(사진)가 농촌 체험관광의 핵심 요소로 바꿔놨다. 서 대표는 “머루 재배 전문가인 아버지의 노하우에 가공과 관광을 더했다”며 “지금은 외국에서 더 많이 찾아오는 농촌 관광명소가 됐다”고 소개했다.

외국에서 더 유명한 와이너리

[한경·네이버 FARM] 휴전선 근처서 와인 땅굴 팠더니 외국인 관광객 연 6만명 찾았다
산머루농원을 찾는 외국인은 연간 6만여 명이다. 대만 등 중화권 관광객이 많다. 한국인 관광객은 가장 많을 때가 2만5000명이었다고 하니 관람객의 70%가량이 외국인이다. 기자가 농원을 방문한 지난달에도 오전에만 외국인 관광객을 가득 태운 관광버스 4대가 농원을 찾았다. 관광객들은 와인터널을 구경한 뒤 숙성된 와인을 직접 병입해 가져가는 ‘나만의 와인 만들기’ 체험을 하고 ‘머루 잼 만들기’ 강좌를 들었다. 서 대표는 “한국 관광객은 머루 수확철인 9~10월에만 몰리는 반면 외국인은 여름과 겨울 등 휴가철에 주로 농원을 찾는다”고 설명했다.

2009년 체험농장을 처음 열었을 때만 해도 서 대표는 외국인 관광객 유치에 관심이 없었다. 한국 관광객을 모을 방법만 고민했다. 그러나 머루 따기 체험을 할 수 있는 가을을 제외하면 한국 관광객은 오지 않았다. “농원 유지비용과 직원 월급은 나가는데 손님이 없는 거예요. 돌파구를 찾아야 했습니다.”

서 대표는 경기관광공사를 찾아갔다. 경기도의 대표 관광지가 될 수 있으니 해외 박람회에 데려가 달라고 매달렸다. 해외 박람회, 로드쇼, 세미나 등 농원을 소개할 수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갔다. “나중에 세보니 1년에 18번 해외 출장을 갔더라고요. 2013년부터 대만 쪽에서 단체 관광객이 오기 시작했습니다.”

머루명인의 뒤를 잇다

산머루농원이 있는 적성면 객현리 감악산 일대는 산머루 마을로 불린다. 이 일대 50여 개 농가가 산머루를 키운다. 산머루농원이 직접 키우는 2만3100㎡ 규모의 밭을 포함해 이 지역에서 생산되는 머루는 연간 300~400t에 이른다. 농가에서 키운 머루는 산머루농원에서 대부분 수매한다.

산머루는 한국의 야생 포도다. 겉모습은 포도와 거의 비슷하지만 포도보다 새콤달콤한 맛이 강하다. 아버지인 서우석 씨는 국내에서 최초로 산머루를 밭에 가져와 키운 농업인이다. 어릴 적 추억의 열매였던 머루를 재배해보고 싶어 산머루나무 몇 그루를 가져와 밭에 심었고 이후 농업기술센터를 찾아다니며 문의한 끝에 재배 방법을 배웠다.

1979년 1500그루의 묘목을 사서 재배를 시작했다. 산머루농원 곳곳에 1979라는 숫자를 써넣은 것도 처음 머루를 재배한 당시의 열정을 잊지 않기 위해서라고 한다. 서씨는 산머루 농사를 전국적으로 확대하는 데도 힘썼다.

가공식품을 제조하기 시작한 것은 1990년대 후반부터다. 서 대표는 “머루는 쉽게 물러지기 때문에 생과로 유통하기가 어렵다”며 “자연스럽게 가공공장을 세우게 됐다”고 설명했다.

서 대표는 고등학생 때부터 농업인이 되기로 마음먹었다. “아버지가 최고의 산머루 명인인데 이을 사람이 없어 명맥이 끊긴다면 조금 아쉽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마침 한국농수산대가 설립돼 1기생을 모집하고 있었다. 서 대표는 고교 졸업 후 농수산대에 진학했다.

파주=FARM 강진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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