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배당·무상교복과 함께 경기 성남시의 ‘3대 무상복지’ 사업 중 하나인 산후조리 지원사업에 3년 가까이 반대하던 보건복지부가 결국 물러섰다. 성남시가 지역 산모에게 50만원의 산후조리 지원금을 지급하는 것을 두고 복지부는 그동안 무상지원에 따른 부작용 등을 이유로 반대해왔지만 입장을 바꾼 것이다. 지난해 서울시의 청년수당 사업에 동의한 데 이어 또 지방자치단체의 무상복지 사업에 손을 들어주면서 복지부가 지자체의 선심성 복지사업을 부추기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성남시 산후조리 지원도 결국 동의해준 복지부
◆‘과잉복지’라더니 물러선 복지부

8일 성남시에 따르면 복지부는 지난 6일 성남시의 산후조리 지원사업에 대해 “출산, 산후 회복 등에 소요되는 경제적 부담을 완화해 산모의 건강 증진과 출산 장려 분위기를 조성하려는 사업의 타당성이 인정된다”며 동의했다. 성남시가 2015년 3월 복지부와 협의를 시작한 지 약 3년 만이다.

성남시는 당초 공공 산후조리원을 설치해 2주간 산후조리를 무상으로 제공하고, 민간 산후조리원을 이용하는 산모에게는 50만원의 이용료를 지원하겠다며 복지부에 협의를 요청했다. 지자체가 새로운 복지사업을 벌이려면 반드시 사전에 복지부 장관과 협의해야 한다.

복지부는 공공 산후조리원의 역할이 민간 산후조리원과 구분되지 않고, 민간 산후조리원 이용료를 지원하면 오히려 이용료가 더 오를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로 반대했다. 그럼에도 성남시가 사업을 강행하자 경기도와 함께 소송에 나섰다.

강경했던 복지부가 꼬리를 내리기 시작한 건 지난해 정권이 바뀌고 나서다. 지난해 하반기 성남시와 추가 협의에 나섰고 성남시가 복지부 권고를 일부 받아들인 것을 명분으로 사업에 동의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성남시가 지원 범위 등을 조정함에 따라 동의했다”고 설명했다.

복지부는 서울시의 청년수당 사업(미취업 저소득 청년 1인당 매월 50만원씩 6개월 지급)에도 2년 가까이 반대하며 소송까지 벌였지만, 박근혜 대통령이 파면된 뒤인 작년 4월 돌연 찬성으로 돌아섰고 9월엔 소를 취하했다. 이를 두고 복지부 안팎에선 ‘원칙에 따라 선심성 복지사업에 반대해놓고 정권이 바뀌자 돌변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9일 무상교복 사업 운명 갈려

성남시는 산후조리 지원사업을 관철시킨 데 이어 지역 중학생 무상교복 지원사업에서도 판정승을 이끌어내겠다는 계획이다. 무상교복 사업은 복지부와의 의견차를 좁히지 못해 9일 국무총리가 주재하는 사회보장위원회 안건으로 올라가 있다.

성남시 외에도 무상교복 사업을 시행하려는 지자체가 많은 점을 감안하면 사회보장위 심의 결과에 따라 만만찮은 파장이 예상된다. 사회보장위가 무상교복 사업에 손을 들어주면 올해 지방선거에 나올 후보들이 너도나도 무상교복 확대 공약을 경쟁적으로 내걸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다.

성남시 청년배당 사업은 이를 반대한 경기도가 소송을 제기해 판결을 기다리는 중이다. 그러나 지방선거 전까지 판결이 나오지 않으면 선거 결과에 따라 경기도가 소를 취하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결국 성남시의 3대 무상복지 사업이 모두 관철되는 결과가 나올지 모른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보건사회연구원 관계자는 “성남시 무상복지 사업이 각 지자체의 벤치마킹 대상이 되면 열악한 지방재정이 더욱 악화될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김일규 기자 black04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