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와 LG전자가 미국 정부의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조치) 발동에 따른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900달러 이상 프리미엄 세탁기 시장을 적극 공략할 계획이다. 올 2분기부터 세탁기 수출가격을 5~10%가량 인상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미국 세이프가드 조치서 safe 하려고… 삼성·LG, 프리미엄 세탁기 미국 수출가격 올린다
7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이달 들어 베스트바이, 홈데포, 로우스, 시어스 등 미국의 주요 가전 유통업체들과 올 2분기에 공급할 세탁기 물량 및 가격 협상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이번 협상 결과에 따라 선적될 세탁기는 미국 행정부의 세이프가드로 인해 20~50%의 관세를 물게 될 전망이다. 세이프가드는 이날부터 공식 발효됐지만 미국 유통업체들이 두세 달 분량의 세탁기 재고를 보유하고 있다.

미국의 세탁기 세이프가드에 따르면 외국산 세탁기 중 120만 대를 초과하는 물량엔 3년간 40~50%의 고율 관세가 부과된다. 120만 대 이하의 세탁기 물량엔 16~20%의 관세를 물린다. 종전 관세는 1~2% 수준이었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이 같은 ‘관세 폭탄’에 따른 피해를 줄이기 위해 제품별로 판매가격을 5~10%가량 인상하겠다는 방침을 세우고, 유통업체별로 개별 협상을 하고 있다. 판매가격이 싼 제품일수록 수익성도 낮아 상대적으로 값을 더 올려야 한다는 의견을 유통업체들에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지 유통업체와 의견차가 커 협상이 길어질 수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20% 이하의 관세가 부과되는 120만 대 이하 수출 물량에 대해서는 가격을 다소 인상하더라도 월풀이나 제너럴일렉트릭(GE) 같은 미국 현지 경쟁사와 맞설 수 있다는 판단을 하고 있다. 드럼세탁기와 통돌이세탁기를 한데 모은 삼성전자 플렉스워시나 LG전자 트윈워시처럼 혁신 기술을 통해 제품을 차별화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다. 20% 이하 관세로 수출할 수 있는 물량이 총 120만 대로 제한돼 있어 양사 모두 프리미엄 제품 비중을 늘린다는 전략도 세웠다. 업계 관계자는 “가격을 인상해도 경쟁력이 없다고 판단되는 중저가 모델은 과감하게 생산을 접을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900달러 이상 프리미엄 세탁기 시장을 집중 공략 대상으로 정했다. 상대적으로 성장성과 수익성이 큰 데다 33인치(드럼세탁기는 29인치) 이상 대형 세탁기는 세이프가드 대상에서도 제외돼 있어서다. 시장조사기관인 트렉라인에 따르면 900달러 이상 프리미엄 세탁기 시장 비중은 2015년 13.5%에서 2017년 15.4%로 높아졌다. 업계에서는 한정된 수출 물량을 놓고 불필요한 경쟁을 벌여서는 안 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당분간 일부 수출 차질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연간 세탁기 수출 물량은 280만 대 안팎이다. 20% 관세가 부과되는 120만 대를 제외한 160만 대엔 50%의 ‘관세 폭탄’이 부과된다. 평균 판매가격을 70만원으로 잡아도 1조원이 넘는 금액이다.

좌동욱 기자 leftk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