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부회장, 자택 머물며 휴식… 지인·거래처 축하 꽃다발 쇄도
가족들도 선고 결과 예단 못해
이른 아침 부랴부랴 식재료 준비
오전 한때 외출… 가족 만난 듯
353일 만에 돌아온 집주인을 맞기 위해 가사 보조와 차량관리 등을 담당하는 사람들은 6시부터 움직이기 시작했다. 영하 10도를 밑도는 추운 날씨였지만 모두 밝은 표정으로 인사를 주고받았다. 인근에서 만난 한 주민은 “아들도 미국에서 학교를 다니다 보니 이 부회장 구속 기간에 집 주변 풍경이 을씨년스러웠다”며 “이제야 사람 사는 분위기가 나는 것 같아 보기 좋다”고 말했다.
전날 저녁부터 이 부회장 자택에는 꽃다발과 케이크 등을 든 택배원들이 분주히 드나들었다. 이 부회장 지인과 사업 파트너들이 축하의 의미를 담아 보낸 선물이다. 오토바이나 세단, 미니밴 등 다양한 교통수단을 타고 온 택배원들은 대문 앞에서 집 관리인에게 선물을 전달하고 돌아갔다.
같은 시간 서울 서초동의 삼성 서초사옥은 이 부회장이 출근하는 모습을 담으려는 취재진으로 오랜만에 북적였다. 수십 명의 기자가 사옥 로비에 진을 친 것은 마지막 삼성그룹 수요사장단 회의가 열린 지난해 2월15일 이후 처음이다. 이 모습을 지켜본 삼성전자의 한 젊은 직원은 “오랜만에 운집한 취재진이 어색하기도 하지만 너무 반갑다”며 “빨리 이 부회장님의 모습을 보고 싶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부회장은 출근하지 않고 자택에서 시간을 보냈다. 오전 9시30분에는 이 부회장이 탑승한 것으로 보이는 차량이 집 밖으로 나와 눈길을 끌었다. 서울 모처에서 삼성전자 경영진을 만났다는 관측이 나왔다. 하지만 이 부회장이 사무실이나 사업장 밖에서 경영진을 만나야 할 이유가 없어 어머니 홍라희 여사 등 가족을 보기 위해 집을 나섰을 것이라는 추측에 무게가 더 실렸다. 이 부회장은 전날에도 아버지 이건희 삼성 회장이 투병 중인 삼성서울병원에서 가족을 만났지만 1시간 정도만 머무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자택으로 검은색 세단 몇 대가 드나들었다. 수감 기간 밀린 보고를 하려는 삼성의 고위임원들일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노경목/고재연 기자 autonom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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