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오전 6시50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서울 한남동 자택에는 식재료가 담긴 박스 5개가 들어갔다. 아침 식사를 준비하기 위한 식재료였다. 전날 구치소에서 나온 이 부회장의 식사를 미리 준비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크다. 그만큼 가족들이 전날 항소심 결과를 낙관할 수 없었다는 의미다. 이어 7시께부터 집안 곳곳에 불이 밝혀지기 시작했다.

353일 만에 돌아온 집주인을 맞기 위해 가사 보조와 차량관리 등을 담당하는 사람들은 6시부터 움직이기 시작했다. 영하 10도를 밑도는 추운 날씨였지만 모두 밝은 표정으로 인사를 주고받았다. 인근에서 만난 한 주민은 “아들도 미국에서 학교를 다니다 보니 이 부회장 구속 기간에 집 주변 풍경이 을씨년스러웠다”며 “이제야 사람 사는 분위기가 나는 것 같아 보기 좋다”고 말했다.

전날 저녁부터 이 부회장 자택에는 꽃다발과 케이크 등을 든 택배원들이 분주히 드나들었다. 이 부회장 지인과 사업 파트너들이 축하의 의미를 담아 보낸 선물이다. 오토바이나 세단, 미니밴 등 다양한 교통수단을 타고 온 택배원들은 대문 앞에서 집 관리인에게 선물을 전달하고 돌아갔다.

같은 시간 서울 서초동의 삼성 서초사옥은 이 부회장이 출근하는 모습을 담으려는 취재진으로 오랜만에 북적였다. 수십 명의 기자가 사옥 로비에 진을 친 것은 마지막 삼성그룹 수요사장단 회의가 열린 지난해 2월15일 이후 처음이다. 이 모습을 지켜본 삼성전자의 한 젊은 직원은 “오랜만에 운집한 취재진이 어색하기도 하지만 너무 반갑다”며 “빨리 이 부회장님의 모습을 보고 싶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부회장은 출근하지 않고 자택에서 시간을 보냈다. 오전 9시30분에는 이 부회장이 탑승한 것으로 보이는 차량이 집 밖으로 나와 눈길을 끌었다. 서울 모처에서 삼성전자 경영진을 만났다는 관측이 나왔다. 하지만 이 부회장이 사무실이나 사업장 밖에서 경영진을 만나야 할 이유가 없어 어머니 홍라희 여사 등 가족을 보기 위해 집을 나섰을 것이라는 추측에 무게가 더 실렸다. 이 부회장은 전날에도 아버지 이건희 삼성 회장이 투병 중인 삼성서울병원에서 가족을 만났지만 1시간 정도만 머무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자택으로 검은색 세단 몇 대가 드나들었다. 수감 기간 밀린 보고를 하려는 삼성의 고위임원들일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노경목/고재연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