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 체력으로 소화해낼 수 있어"…불안감은 확산
한미 금리역전 임박…전문가들 "급격한 자본유출 없도록 대비해야"

미국 금리인상 가속화 전망에 글로벌 금융시장이 흔들리며 한국에서도 주식과 원화 가격이 급락했다.

아직까지는 한국 경제 체력으로 소화해낼 만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러나 불안감은 계속 확산되고 있는데다 일각에서는 금융위기 전 단계와 비슷하다는 지적까지 있다.

금융시장에서는 미 증시 급등에 따른 조정으로, 곧 진정될 거란 전망과 충격이 이어질 수도 있다는 우려가 엇갈렸다.

◇ 미국발 긴축발작 어게인?…증시·원화 가치 급락

국내 증시·외환시장은 연일 출렁거리고 있다.

코스피는 이틀 연속 1% 이상 하락한 데 6일도 장중 전 거래일 대비 2.6% 하락했다.

코스닥지수도 장중 5% 넘게 떨어졌다.

전날 8.8원 오른 원/달러 환율은 이날도 가파르게 상승(원화 가치 하락)해 장중 1,098.6원까지 뛰었다.

안전 자산 선호 기조 속에 원/엔 재정환율도 이날 100엔당 1,011원을 기록했다.

미국 정책 금리 인상 속도가 빨라지리라는 전망이 금융시장을 뒤흔들어놓는 모양새다.
글로벌 금융시장 흔들… 한국경제 충격파 확대되나
물가 인상 조짐에 금리인상 횟수가 늘어난다는 전망이 확산하고 투자자들이 채권 매도에 나서면서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는 4년 만에 최고를 찍었다.

투자 심리가 위축되며 주요국 증시도 급락했다.

미국발 악재로 금융시장이 휘청이는 모습은 2013년 긴축발작 때와 유사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벤 버냉키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양적 완화 축소를 시사하자 미 국채 금리 급등, 주가 하락에 이어 신흥국 증시와 통화가치가 급락한 바 있다.

◇ '울고 싶은데 뺨 때린 조정'…금융위기 전조 우려도

금융시장에서는 일단은 최근 급등에 따른 조정으로 풀이하며 오늘 밤 미국 시장이 안정을 되찾을지에 주목하고 있다.

다만, 자산가격 급락세는 멈추더라도 예전과는 다른 분위기라는 견해에 힘이 실린다.
글로벌 금융시장 흔들… 한국경제 충격파 확대되나
외환시장 한 관계자는 "세계 경기가 좋고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약달러를 용인하니까 환율이 다시 하락할 거라고 생각한다면 안될 것"이라며 "지금은 국제금융시장에 중요한 이슈가 불거졌으므로 어떻게 될지 알기 어렵다"고 말했다.

김학균 미래에셋대우 수석연구위원은 "금융위기 이후 경기가 좋지 않아 금리가 내려가는데 주가는 계속 뛰었다.

즉 중앙은행들이 저금리로 받쳐온 장세였다"라며 "이제는 증시 상승세가 8∼9부 능선을 넘어가는 신호가 나오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위기까지 염두에 두고 있다.

이윤석 한국금융연구원 국제금융연구실장은 "자본유출이 단기적으로 일어날 가능성도 충분히 있다고 본다"며 "달러가 약세를 보이다가 한꺼번에 오를 때 금융위기가 발생했는데 그때와 전조가 비슷하다"고 지적했다.

◇ 한미 정책금리 역전 불가피…외환 방어막 점검해야

미국이 당장 3월에 금리를 올리며 한미 양국 정책금리가 역전될 가능성이 높다.

이는 자본 유출 가능성을 내포한다.

지금은 한국경제 사정이 좋아서 괜찮을 거란 평가가 많다.

그러나 비중이 큰 반도체 경기가 꺾인다면 상황은 급변할 수 있다는 우려가 따른다.
글로벌 금융시장 흔들… 한국경제 충격파 확대되나
그렇다고 미국에 발맞춰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올릴 형편도 아니다.

하반기나 돼야 1∼2회 할 것으로 금융시장에서는 보고 있다.

우선 실물경기 회복이 더디다.

수요를 보여주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1월에 1%를 기록하는 등 부진하다.

성태윤 연세대 교수는 "미국은 경기 회복으로 금리인상 충격을 흡수할 수 있는데 우리는 다소 상황이 다르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이제는 외환당국이 환율을 인위적으로 조정하기는 어려운 환경이다.

이윤석 실장은 "급격한 자본 유출에 대비해 외환 안전성을 어느 정도 지켜낼 수 있도록 금융회사들의 외화유동성 점검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