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록 신용보증기금 이사장이 임기를 절반 이상 남겨놓고 돌연 사퇴했다. 후임자 임명 절차가 시작되기도 전부터 최영록 기획재정부 세제실장이 후임 이사장에 내정됐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관치 논란마저 불거지고 있다.

신보 관계자는 5일 “황 이사장이 이사회와 정부 등에 사임 의사를 표명했다”고 밝혔다.

황 이사장은 2016년 10월 3년 임기로 임명돼 임기 만료 시점까지 1년8개월이나 남아 있다. 황 이사장 사퇴에 따라 신보는 이사장 신규 선임을 위한 임원추천위원회(임추위)를 곧 구성해 후임 이사장 선정 작업에 나설 예정이다.

황 이사장은 지난해 5월 정권 교체 이후에도 중소기업 금융지원과 관련한 대외 협약을 맺는 등 활발한 행보를 계속해왔다. 그러나 최근 정치권과 정부 등에서 황 이사장에게 자리에서 물러나라는 직간접적 압박을 가하자 버티지 못하고 자리를 내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황 이사장 후임에는 최 실장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관계자는 이날 최 실장이 신보 이사장에 선임될 수 있느냐는 질문에 “그럴 가능성이 있다”고 답했다.

이 같은 소식이 알려지면서 신보 노조를 비롯한 금융업계에선 더욱 반발하고 있다.

금융산업노동조합 신보 지부는 이날 성명서를 내고 “금융위원회는 황 이사장 임기가 절반 이상 남아 있는 가운데 이사장 신규 선임을 위한 임추위를 구성하라는 지시를 내렸다”며 “정부가 고위직 공무원들의 인사 적체를 해소하는 수단으로 밀실야합을 통해 낙하산 인사를 내려보낸다면 절차적 민주주의를 무시하는 만행”이라고 주장했다.

노조는 관료 출신 인사를 반대하는 이유로 신보 최고경영자(CEO)는 중소기업에 대한 신용보증과 신용보험, 회사채 자체 발행이 어려운 중소기업을 위한 유동화회사보증 등 다양한 사업에 대한 전문성이 있어야 한다는 점을 들고 있다.

금융위 산하 공공기관인 신보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정치권 등의 영향을 받아 CEO가 교체되는 등 낙하산 논란이 있었다. 신보 이사장은 신보 임추위에서 추천한 인사 중 금융위원장이 임명 제청하면 대통령이 임명한다.

장욱진 신보 노조위원장은 “문재인 대통령은 후보 시절 낙하산 인사 근절 의지를 밝혀 금융공기업 노동자들이 촛불혁명에 동참했다”며 “민주적 절차를 무시하는 관치가 사실이고 정부가 이를 방치한다면 이는 (현 정권의) 심각한 배신행위로 비쳐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현일/박신영 기자 hiune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