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 싱크탱크 FROM 100과 한국경제신문사가 지난달 29일 ‘국민소득 3만달러 시대의 정책 과제’를 주제로 연 토론회에서는 기업인, 정치인, 국민의 사회 인식이 과거와 달라져야 한다는 주문이 쏟아졌다. 그 어느 때보다 개방적 사고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지지부진한 서비스산업이 대표적인 예로 꼽혔다. 개방에 대한 거부감으로 인해 발전이 더디다는 지적이다. 한국 서비스산업의 대외 개방도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보다 낮다. 서비스산업의 수출 경쟁력 역시 주요국보다 뒤처져 있다. 회계, 철도화물 수송, 법률, 통신, 택배 등이 그런 사례다.
[한경-FROM 100] "서비스산업, 보호장벽 높이는데 급급해 더딘 성장"
회계와 철도화물 수송은 OECD로부터 ‘전혀 개방돼 있지 않다’는 평가를 받았다. 회계 서비스업은 한국에서 취득한 자격이 반드시 필요한 점 등이 일종의 ‘무역장벽’이 되고 있다는 게 OECD의 판단이다.

서비스산업은 흔히 ‘일자리의 보고’로 불린다. 제조업보다 일자리 창출 효과가 크다. 또 인구 고령화가 가속화할수록 서비스업 수요는 늘어난다. 의료산업이 대표적이다. 이 때문에 규제를 없애 의료관광을 비롯한 의료산업을 활성화하려는 움직임이 역대 정부마다 있었지만 번번이 무산됐다. 해당 직종 이익단체의 반발이 거셌던 탓이다.

한국의 전체 수출 중 서비스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17% 수준이다. 30~40%대인 미국 영국 등과 격차가 크다. 대외 개방도를 높여 서비스산업을 활성화하고 글로벌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되는 배경이다.

김두얼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한국 경제가 큰 부침 없이 꾸준한 성장을 이루려면 좀 더 개방된 사회로 가야 한다”며 “기업인과 정치인, 국민의 시야가 아무래도 국내로 한정돼 있다 보니 국제금융, 국제무역, 해외투자 등에 관심을 갖고 파이를 키우려는 노력이 부족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또 “의료나 법률시장 관련 개방 이슈가 불거지면 소비자 후생 증대보다 최대한 보호 장벽을 치고 개방의 폭을 좁히는 데 집중한다”고 꼬집었다. 기존의 사고나 틀을 깨야 혁신이 가능한데 장벽을 높이는 일에만 골몰하다 보니 성장동력 확충이 더딜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1인당 국민소득이 4만달러를 넘은 국가들을 보면 내수와 수출, 제조업과 서비스업이 균형 있게 성장했다. 정갑영 전 연세대 총장(FROM 100 대표)은 “제조업의 생산성이 서비스업으로 전파될 수 있는 채널을 구축하고 고부가가치 서비스업에 대한 연구개발(R&D) 투자를 확대해 (서비스업) 고도화에 힘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은정 기자 ke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