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9일 개막하는 평창동계올림픽을 앞두고 은행과 보험회사 등 금융계에서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다. 기부금을 480억원이나 냈는데 경기 입장권 한 장 못 받았다는 불만이다. “금융사들을 봉으로 생각해 혜택도 없이 강제 모금한 것”이라는 얘기까지 나온다.

금융회사들이 지금까지 평창동계올림픽조직위원회에 낸 기부금은 480억원에 달한다. 은행연합회가 지난해 9월 조직위원회에 210억원을 기부한 데 이어 금융투자협회가 80억원, 여신금융협회 65억원, 생명보험협회와 손해보험협회가 각각 55억원, 저축은행중앙회는 15억원의 기부금을 냈다. 조직위원회가 지난해 말 금융권 협회에 공문을 보내 기부를 요청했고, 해당 협회가 회원사에 의향을 타진한 뒤 최종 기부금액을 결정했다는 게 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금융사들은 기부금과 별도로 경기 입장권을 자체적으로 구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1988년 서울올림픽과 2002년 한·일월드컵 당시엔 기부금에 입장권 구매금액이 포함됐지만 이번 평창올림픽에선 대부분 제외됐다는 것이 업계 설명이다.

한 협회 관계자는 “조직위 요청에 따라 100장이 넘는 비인기 경기 입장권을 구매했다”고 털어놨다. 금융권을 통틀어 수천 장의 경기 입장권을 자체 구매한 것으로 추정된다는 게 이 관계자의 설명이다.

회원사들이 자발적으로 입장권을 구입했다는 것이 금융권 협회의 공식 설명이다. 하지만 조직위에 480억원의 기부금을 내고도 입장권을 구매한 건 사실상 ‘정부 눈치를 본 강매’라는 지적이 나온다. 공식 후원사가 아니면 사실상 기부 및 입장권 구입 관련 홍보조차 할 수 없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강경민/김순신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