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사 걸린 윤종규·김정태 배수진…檢 수사 단계서 거취 정해질 수도
금융위 "채용비리면 주총에 해임 권고"…혐의 확인 못하면 오히려 역풍

은행권 채용비리 검사 결과를 놓고 금융감독원과 KB국민은행·KEB하나은행이 충돌 양상을 보이고 있다.

지난달 하나금융지주 회장 선임과정에서 지배구조 문제를 두고 벌어진 당국과 금융사 간 기 싸움이 사실상 '2라운드'에 접어든 셈이다.

비리가 사실로 드러나게 될 경우 윤종규 KB금융 회장과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이 거센 퇴임 압력을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채용비리가 민감한 사안인 데다가 앞서 금융위원회가 최고경영자(CEO) 해임 권고까지 언급한 상황이다.

한 치도 물러설 수 없는 국민·하나은행은 강력 반발 중이고 한 차례 체면을 구긴 적이 있는 당국도 강경하게 맞받아치고 있다.

진실공방이 계속되다가 당국과 은행이 법정에 가서 얼굴을 붉히는 사태까지 벌어질 전망이다.
KB·하나 강력 반발… 금융당국-은행, 법정서 얼굴 붉힐까
◇ 당국 "VIP 리스트 있다" vs KB·하나 "정상 채용"…법정공방 가나

금감원은 지난달 국민은행과 하나은행 등 5개 은행에서 채용비리 의심사례 22건을 적발했다.

국민은행은 윤종규 회장의 종손녀와 전 사외이사의 자녀 등을 채용하는 과정에서 서류전형 합격자 수를 늘리거나 일부 임직원이 면접서 최상위 점수를 준 점 등이 의심사례로 지목됐다.

하나은행은 필기 및 1차 면접 최하위권이었던 사외이사 지인을 사전에 공고되지 않은 '글로벌 우대 전형'을 통해 최종 합격시키고 이른바 SKY 대학 출신 지원자 점수를 올린 것이 문제로 지적됐다.

은행들은 정면 반박에 가까운 해명을 내놨다.

국민은행은 "채용과 관련해 논란이 되는 직원들은 정상적인 기준과 절차에 의해 채용됐다"고 강조했고, 하나은행은 "채용비리 사실, 특혜채용 청탁자, 특정 대학 출신을 합격시키기 위한 면접점수 조작 사실이 없다"고 밝혔다.

금감원도 불쾌한 기색을 드러내며 곧바로 받아쳤다.

최흥식 금감원장은 지난 1일 "여러 가지 채용비리 상황을 확인해 검찰에 결과를 보냈다"며 "검사 결과가 정확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금감원 관계자도 "은행들이 사전에 작성한 (VIP) 리스트가 있다"며 "금감원은 증빙자료를 가지고 (채용비리를) 이야기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양측이 물러서지 않으면서 최악의 경우에는 당국과 은행이 법정에서 맞붙는 진풍경이 벌어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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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임 CEO 생사 달렸다" 지배구조 이어 채용비리로 '2라운드' 시작

은행들이 감독당국의 검사 결과를 반박하고 나선 것은 이번 채용비리 문제가 사실상 지주사 CEO 명운을 결정짓기 때문이다.

채용비리 문제는 청년실업과 금수저 등 사회적 문제와 맞물려 폭발력이 강한 이슈다.

앞서 채용비리로 뭇매를 맞았던 우리은행은 금감원이 검찰에 고발하자마자 이광구 전 행장이 사의를 밝혔다.

검찰 수사 단계에서 사실관계가 어느 정도 확인된다면 윤종규 회장이나 김정태 회장도 자진해서 사퇴할 가능성이 있다.

금융계에는 당국이 지난달 하나금융 회장 선임과정에서 한발 물러난 후 설욕을 벼르고 있다는 관측이 팽배하다.

당국이 금융지주 CEO의 셀프연임과 참호 구축을 지적했을 당시 윤종규·김정태 회장이 주요 타깃으로 꼽혔다.

실제로 금감원은 지난달 하나금융 회장 선임 일정을 연기해달라고 요청했으나 하나금융 회장후보추천위원회가 일정을 강행했고 김 회장은 3연임에 성공했다.

지배구조 이슈에서는 고개를 숙인 당국이 채용비리로 불거진 '2라운드'에서는 어떻게든 명예회복(?)을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

금융위원회는 앞서 "(채용비리가 드러날 경우) 당국이 주주총회에 임원 해임을 권고하는 등 필요한 조처를 할 수 있다"고도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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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조·국회까지 채용비리 '진실게임'…입증 못 하면 당국 수장들에 역풍

채용비리 의혹을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지면서 노조와 국회까지도 진실게임에 뛰어들었다.

명문대 지원자 점수를 조정한 것을 놓고 하나은행이 "특정 대학 출신을 합격시키기 위한 면접점수 조작 사실 없으며 입점 대학 및 주요거래 대학 출신을 채용한 것"이라고 해명하자 정의당 심상정 의원이 금감원 자료를 추가 공개했다.

심 의원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하나은행은 2016년 공채 임원면접 후 인사부가 서울대와 연세대, 고려대, 위스콘신대 출신 지원자의 점수를 올리고 한양대 분교와 가톨릭대, 동국대, 명지대, 숭실대, 건국대 지원자 점수를 낮췄다.

이로 인해 합격권이던 지원자 7명이 최종 낙방했다.

하나금융 노조는 하나은행 해명과 달리 입점 대학인 명지대 지원자 점수가 하향 조정된 점을 지적했다.

노조는 또 "(은행의 해명대로라면) 은행이 영업활동을 위해 취업자리를 파는 격"이라고 비판했다.

금융당국도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각 은행이 사전에 작성한 'VIP 리스트'는 확보했지만, 청탁자와 특혜채용 지시 주체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못한 점이 맹점이다.

검찰 조사에서 채용비리 혐의가 확인되지 않으면 오히려 당국 수장들이 역풍을 맞을 가능성이 있다.
KB·하나 강력 반발… 금융당국-은행, 법정서 얼굴 붉힐까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