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화폐 대폭락

(1) 각국 정부 잇단 규제
인도 "거래 차단"… 미국, ICO 불허

(2) 끊이지 않는 거래소 해킹
한·미·일서 피해… 신뢰 추락

(3) 미국 가상화폐 테더 '사기 의혹'
받아 놓은 달러 보유 여부 의문

(4) 기업도 외면… 실용화 먼길
페이스북, 플랫폼서 ICO 금지

(5) 제도권 진입 '회의론' 커져
루비니 "몰락 다가오고 있다"
가상화폐 값이 폭락한 2일 한 시민이 서울 시내 가상화폐 영업점에 걸린 시세판을 바라보고 있다. 김범준 기자 bjk07@hankyung.com

가상화폐 값이 폭락한 2일 한 시민이 서울 시내 가상화폐 영업점에 걸린 시세판을 바라보고 있다. 김범준 기자 bjk07@hankyung.com

2일 가상화폐 시장 참가자들은 패닉(공포)에 빠졌다. 전날 1146만원에 거래되던 비트코인은 한때 791만원까지 떨어졌다. 이더리움과 리플은 각각 저항선으로 여겨지던 100만원과 1000원 아래로 추락했다. 하루 새 가치가 30% 안팎 줄었다. 정부 규제에다 각종 사건·사고 등 다섯 가지 악재가 한꺼번에 겹치며 ‘가상화폐판 블랙 프라이데이’가 나타났다. “가상화폐 시장은 끝났다”는 비관론도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가상화폐 값이 폭락하자 일부 거래자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가상화폐 거래를 한국거래소에 맡겨달라”고 호소하기도 했다.

(1)각국 정부 잇따라 규제

주요국 정부가 가상화폐 규제에 일제히 나선 것이 시세 폭락을 이끌었다. 이날 인도 정부는 가상화폐 거래를 적극적으로 차단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아룬 자이틀리 인도 재무장관은 “인도 정부는 불법적인 용도로 가상화폐가 사용되는 것을 막기 위해 모든 조치를 취하겠다”며 강력한 규제 의지를 드러냈다.

다른 국가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지난달 말 텍사스의 어라이즈뱅크가 가상화폐로 조달한 6억달러를 동결 조치하고 추가 가상화폐공개(ICO)를 금지했다. 지난해 9월부터 ICO 및 거래 금지에 나선 중국 정부는 지난달 채굴까지 전면 금지했다.

한국 정부의 규제책 역시 가상화폐 시세 폭락의 한 축으로 꼽힌다. 법무부가 지난해 12월 가상화폐거래소의 폐쇄조치까지 검토하고 있다고 밝힌 뒤 은행들은 가상화폐거래소에 신규 자금 투입을 중단했다.

(2)끊이지 않는 거래소 해킹 사건

각국 가상화폐거래소의 해킹 사건은 지속적으로 수면 위에 떠오르고 있다. 일본의 대형 가상화폐거래소인 코인체크는 지난달 26일 580억엔(약 5600억원)에 달하는 가상화폐를 해킹당했다고 밝혔다. 일본에서는 2014년에도 가상화폐거래소 마운트곡스가 해킹당해 470억엔의 손실이 발생했다.

가상화폐거래소 해킹 사건은 비단 코인체크만의 일이 아니다. 지난해 11월에는 비트파이넥스에서 3100만 테더가 해킹당했다. 국내에서도 지난해 12월 거래소 유빗이 해킹당해 보유 자산 중 17%를 도난당했다. 경찰은 지난해 해킹 사고가 발생한 빗썸을 최근 압수수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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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테더 코인의 사기 가능성

가상화폐 거래전용 통화인 테더를 둘러싼 논란이 가격 하락을 이끌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테더는 세계적인 가상화폐 거래소 비트파이넥스에서 주로 사용되는 가상통화다. 달러를 입금하면 1달러를 1테더로 교환해준다. 투자자는 테더를 활용해 거래소의 다양한 가상화폐를 매수·매도할 수 있다.

문제는 테더가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 시세 상승을 의도적으로 주도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점이다. 가상화폐업계에서는 오래전부터 테더 측이 무분별하게 발행한 테더를 비트코인 가격 상승에 활용했다는 의혹을 제기해왔다. 여기에 테더가 그동안 투자자에게 받은 달러를 고스란히 보유하고 있는지도 의문이라는 지적이 수차례 나왔다. 미국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는 이 같은 의혹을 해소하기 위해 테더 및 테더를 운영하는 비트파이넥스를 조사하고 있다.

(4)실물경제 적용 아직 ‘먼 일’

가상화폐업계에서는 비트코인의 실물경제 적용 및 제도권 진입이 투자자 기대보다 느리게 이뤄지는 것이 가격 하락을 주도했다는 평가도 내놨다. 지난해 맥도날드 등 유명 기업은 결제 수단으로 비트코인을 도입하겠다고 발표했고, 시카고선물거래소(CBOE)와 시카고상업거래소(CME)가 비트코인을 상장시켰다.

투자자 사이에서는 가상화폐가 본격적으로 현실에서 쓰이는 화폐가 될 것이란 기대가 높아졌다. 지난해 1월5일 46만원이던 비트코인은 불과 1년여 만인 지난달 6일 2598만원(국내 빗썸 가격기준)까지 치솟았다. 56배가 오른 것이다.

그러나 실질적으로 비트코인이 현실에 이용되는 일은 여전히 제한적이었고, 제도권 금융거래소 중에서는 더 이상 비트코인을 상장시키겠다고 나서는 곳이 등장하지 않았다. 여기에다 지난달 30일에는 페이스북이 해당 웹사이트를 활용한 ICO를 전면 금지했다. 허위·사기 가상화폐 광고를 차단하기 위해서다.

(5)높아지는 회의론

가상화폐 가치에 대한 회의론과 경계론에 귀를 기울이는 사람도 늘고 있다. 대표적 비관론자인 워런 버핏 벅셔해서웨이 회장은 지난달 10일 미국 CNBC와의 인터뷰에서 “암호화폐가 나쁜 결말에 이를 것이란 확신이 있다”며 “다만 언제 어떻게 일어날지는 잘 모른다”고 말했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로버트 실러 교수 역시 지난달 19일 세계경제포럼(다보스 포럼)을 앞두고 “비트코인은 완전히 붕괴될 것”이라며 “지난 네덜란드 튤립파동을 떠올리게 한다”고 전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예견해 ‘닥터 둠’으로 불리는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도 “가상화폐는 거품에 불과하며 몰락이 다가오고 있다”고 경고장을 날렸다.

윤희은 기자 sou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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