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갑 털어주는 기자 - 일본 나고야 장어덮밥
히쓰마부시 한 그릇, '장어앓이'를 하다

러시아 모스크바보다 춥다는 요즘 한국의 겨울. 얼었던 몸을 녹여줄 음식 하나 소개하려 합니다. 보양식 중 하나로 꼽히는 장어를 새롭게 만나는 방법이 있습니다. 너무 기름져서, 혹은 구울 때 냄새가 배는 게 싫어서 장어를 피했던 분들께 특히 추천하는 한 끼. 일본 나고야식 ‘히쓰마부시’입니다.

히쓰마부시는 우리말로 ‘장어덮밥’입니다. ‘히쓰’는 뚜껑 달린 상자 모양의 밥통에서, ‘마부시’는 장어덮밥의 고유명사 마부스에서 유래했습니다. 고슬고슬 지은 흰 쌀밥 위에 특제 간장소스를 발라 구워낸 장어. 이미 아는 맛이라고요? 히쓰마부시는 먹는 방식 때문에 더 특별합니다.

둥근 밥통에 나온 장어덮밥을 나무 주걱으로 4등분합니다. 처음 4분의 1은 그릇에 덜어 장어와 소스맛을 느끼며 먹습니다. 두 번째 부분은 고추냉이(와사비)와 다진 파, 김을 넣어 비빔밥처럼, 세 번째는 가다랑어와 다시마 멸치 등을 삶아낸 다시 국물에 밥을 말아 먹는 오차즈케 방식으로 먹습니다. 마지막 4분의 1은? 세 가지 방식 중 가장 입맛에 맞았던 것으로 마무리합니다.

나고야에선 히쓰마부시의 원조 격인 ‘아쓰다 호라이켄’이 가장 유명합니다. 1874년 아쓰다 신궁에서 시작해 히쓰마부시를 나고야 최고 명물로 만든 곳. 본점 외에도 나고야 마쓰자카야 백화점 10층, 아쓰다 신궁점 등의 지점이 있는데 모두 서너 시간씩 줄을 섭니다. 호라이켄의 히쓰마부시를 맛본 사람들 반응은 한결같습니다. “장어가 달라봐야 뭐 얼마나 다를까 싶었는데, 내가 알던 그 맛이 아니네.”

원조 히쓰마부시의 핵심은 장어를 사흘간 굶기는 것이라고 합니다. 불필요한 지방은 빠지고 맛있는 기름만 남아 담백해진다고 합니다. 달지도 짜지도 않은 비법 소스를 발라 꼬챙이에 끼워 여러 번 뒤집어 가며 구워내죠. 나고야 장어를 맛본 사람들은 그 맛을 못 잊어 ‘장어앓이’를 하곤 합니다.

서울에서 히쓰마부시로 이름난 집은 반포 삼호가든 사거리의 ‘마루심’입니다. 일본 유학 시절 맛본 히쓰마부시 맛에 반한 이영심 대표가 ‘마루야’라는 장어집에서 4년간 일한 뒤 2011년 문을 열었습니다. 그릇 크기에 따라 대(4만5000원), 중(3만6000원), 소(2만1000원) 중에서 고를 수 있습니다. 함께 나오는 계란찜도 수준급입니다. 다만 장어의 기름기가 전보다 많아졌다는 얘기가 가끔 들리기도 합니다.

히쓰마부시 한 그릇, '장어앓이'를 하다

원조 히쓰마부시의 맛에 가장 가까운 곳은 서울 광화문 ‘갓포후루야’입니다. 다양한 메뉴가 있지만 이미 장어 맛이 소문나 점심에는 대부분 히쓰마부시를 찾습니다. 이곳 셰프 후루야는 여러 5성급 호텔에서 20년 넘게 일한 경력을 갖고 있다고 하지요. 갓포후루야의 히쓰마부시는 점심 4만원, 저녁 4만5000원입니다. 저녁보다 점심 구성이 알찹니다.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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