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허라미 기자 ram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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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가에선 에쓰오일의 올해 실적이 크게 개선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하반기 가동에 들어갈 신규 고도화설비(RUC/ODC: 잔사유 고도화 설비와 올레핀 다운스트림 콤플렉스) 효과가 기대되기 때문이다.

에쓰오일은 신규 고도화설비에 약 5조원을 투자했다. 원유에서 가스 등을 추출하고 남은 잔사유를 활용해 프로필렌 등 고부가가치 제품을 생산하고, 프로필렌을 원료로 한 폴리프로필렌(PP)과 프로필렌옥사이드(PO) 등을 만들 수 있는 설비다. 노우호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이 설비를 통해 에쓰오일은 낮은 가격의 원재료를 투입, 제품 믹스 다변화, 물량 확대라는 일석삼조의 효과를 거둘 것”이라고 분석했다. 강동진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신규 고도화설비의 본격 가동을 앞두고 PP와 PO의 시황이 초강세를 이어가고 있어 증설 효과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에쓰오일은 지난해 4분기 매출 5조8144억원, 영업이익 4586억원을 거뒀다.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7.6%, 영업이익은 24.6% 늘었다. 환율 하락과 미국 정제설비의 재가동이라는 부정적 요인이 있었지만 유가가 상승하면서 재고평가이익이 발생, 시장 추정치에 부합하는 성적이었다는 게 증권업계의 평가다.

올해 실적 회복세가 올 1분기부터 본격화할지, 2분기부터일지는 의견이 엇갈린다. 하지만 증권업계에서는 반등세를 보이기 전에 선(先)매수를 추천하는 분위기다.

이도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석유화학 제품 스프레드(판매가격과 원가의 차이)가 빠르게 반등하고 있어 올 1분기 영업이익이 현재 시장 예상치보다 상향 조정될 가능성이 높아졌다”며 “수요가 공급을 웃돌며 사상 처음으로 유휴 생산능력이 올해 안에 마이너스로 돌아설 전망으로, 스팟 정제마진이 연중 급등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이동욱 키움증권 연구원은 “올 2분기부터 연말까지 에쓰오일의 이익 회복세가 예상된다”며 △중국 국내총생산(GDP) 개선과 인도 인프라 투자 확대에 따른 석유제품 수요 확대 △3분기부터 신규 고도화설비 가동에 따른 실적 반영 등을 그 근거로 들었다.

황규원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에쓰오일의 1분기 이익은 일시적인 정제마진 하락 등의 요인으로 약하겠지만, 2분기엔 정제마진 회복 기대가 높다”며 “올해 아시아 지역에서 석유제품의 하루 수요는 작년보다 80만~90만b/d(barrels per day) 증가하는 반면 신규설비는 43만b/d에 그칠 전망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황 연구원은 또 “아시아 신규설비 중 가장 큰 페트로베트남의 정유설비 가동 시기가 2월에서 3분기로 연기되면서 2분기 정제마진 회복 기대가 높아진다”고 덧붙였다.

금융정보 제공업체인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에쓰오일의 올해 매출 컨센서스(증권사 추정치 평균)는 지난해보다 10.4% 증가한 23조652억원,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31.7% 늘어난 1조9268억원이다. 순이익 컨센서스는 1조4933억원으로 13.9%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높은 배당성향도 빼놓을 수 없는 매력이다. 에쓰오일은 2016년 기말배당금으로 보통주 한 주당 5700원을 배당했다. 시가배당률은 6.7%였다. 지난해 중간배당금으로는 보통주와 우선주 모두 한 주당 1200원을 배당했다. 증권업계에서는 에쓰오일의 ‘후한’ 배당정책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에쓰오일 측은 지난해 4분기 실적 발표와 함께 고배당 정책을 유지하겠다는 방침을 재확인했다. 에쓰오일은 당기순이익의 40~60%를 배당해왔다. 올해 순이익이 증가할 경우 한 주당 배당금도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국내 증권사들이 최근 한 달 동안 제시한 에쓰오일의 목표주가 평균치는 16만1294원이다. 현 주가(1월31일 종가 12만3000원)보다 3만8294원(31.1%) 높은 수준이다. 올 들어 국내 증권사들이 내놓은 목표주가 중 가장 높은 건 유안타증권의 19만원이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