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기아자동차의 평택항 수출 선적 장면. (사진=현대차)
현대·기아자동차의 평택항 수출 선적 장면. (사진=현대차)
다음달 1일까지 이틀간 열리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2차 개정 협상에 자동차산업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가 자국에게 유리한 보호무역 기조를 강화하는 시기에 FTA 개정 요구는 국내 완성차 업체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FTA 1차 개정 협상에서 제기해왔던 자동차 분야의 비관세 장벽 철폐 등을 집중 논의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2017년 한국 완성차의 대미 수출은 2016년보다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현대·기아자동차가 국내 공장에서 생산해 미국으로 수출한 차량은 59만4000여 대로 전년 대비 약 11% 줄었다. 한국GM은 뷰익 앙코르, 쉐보레 트랙스 및 스파크 등 13만여 대를 미 시장에 수출했다. 이는 16만대를 팔았던 2016년 대비 3만대가 줄어든 수치다. 일본 닛산자동차의 북미용 로그를 위탁 생산하는 르노삼성자동차는 작년 한해 12만3202대를 수출해 전년 대비 9.6% 감소했다.

반면 한국GM이 미국에서 수입해 팔고 있는 준대형 세단 임팔라를 제외하면 캐딜락, 포드 링컨, 크라이슬러 지프 등 미국 자동차 업체의 한국 판매는 지난 몇 년간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게다가 2012년 발효된 한미 FTA 이후 미국산 자동차의 국내 수입·판매도 늘었다. 미국 측이 주장하는 불공정 무역거래가 일부 왜곡됐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만일 FTA 개정으로 한미 간 무관세 효과가 사라진다면 미국에 생산공장을 둔 현대·기아차보다는 북미 수출 기업인 한국GM이나 르노삼성차가 영향을 더 받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김경유 산업연구원 시스템산업연구실장은 "닛산이 르노삼성 부산공장에서 북미용 로그를 생산하기로 결정한 것은 한미 FTA를 활용한 카드였는데 FTA 협상 결과에 따라 로그 생산지 이전 문제가 생길 것"이라고 전망했다.

통상 전문가와 산업계에선 FTA 2차 개정 협상에서 미국 측이 비관세 장벽이라고 여기는 우리나라 시장의 규제 해소를 요구할 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한미 FTA는 국내 안전기준에 못 미치더라도 미국의 안전기준을 충족한다면 업체당 2만5000대까지 수입할 수 있도록 쿼터(할당)가 설정됐다. 그동안 미국 측이 이 할당제를 없애거나 확대해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해온 만큼 이 부문의 조정 가능성이 제기된다.

김영재 부산대 경제학부 교수는 "트럼프 정부가 자국 우선주의를 지나치게 강조할 경우 글로벌 시장에서 미국 제조업이 역풍을 맞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정훈 한경닷컴 기자 lenn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