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 발표된 삼성전자의 2017년도 실적을 보면 반도체의 '독주'가 단연 두드러진다.

전체 연간 영업이익 53조6천500억원 가운데 3분의 2(65.6%)가량인 35조2천억원을 반도체 하나만으로 벌어들였다.

디스플레이까지 합친 DS(디바이스 솔루션) 부문 전체로 보면 회사 영업이익의 4분의 3(75.7%, 40조6천억원)을 부품 쪽에서 벌었다.

4차 산업혁명에 따른 글로벌 IT(정보기술) 기업들의 데이터센터 건립, 빅데이터 이용 확산, 모바일 기기의 보급 등으로 메모리 반도체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면서 반도체 산업의 슈퍼 사이클(장기 호황)이 닥쳤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특히 메모리 반도체의 양대 부문인 D램과 낸드플래시 모두에서 독보적인 기술 경쟁력을 앞세워 슈퍼 호황의 혜택을 톡톡히 누렸다.

지난해 연간 기준 반도체 사업의 영업이익률은 47.4%를 기록했다.

100원어치 물건을 팔아 50원 가까운 금액을 이익으로 남겼다는 뜻으로, 제조업체에선 이례적으로 높은 영업이익률이다.

4분기에는 반도체의 영업이익이 10조9천억원을 기록하면서 사상 처음으로 분기 영업이익 10조원을 넘겼다.

여기에 디스플레이 패널 사업도 가세했다.

애플의 아이폰X에 플렉시블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패널이 채용되면서 사실상 글로벌 시장에서 이를 독점하는 삼성디스플레이가 수혜를 봤다.

4분기 DP 사업에선 매출 11조1천800억원, 영업이익 1조4천100억원의 성적을 거뒀다.

삼성전자는 "4분기 D램 시장은 클라우드 서비스와 신규 데이터센터 확대, 플래그십 모바일 신제품 출시 등에 따라 수요가 증가했고, 삼성전자는 1X나노 제품 공급 확대를 바탕으로 고용량 서버 D램, LPDDR4x 등 차별화 제품으로 시장에 적극적으로 대응해 실적 개선을 지속했다"고 설명했다.

낸드의 경우에도 4분기 모바일 제품의 고용량화, 서버용 SSD(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의 성장세에 따라 전반적인 수요 강세가 지속됐다.

이런 가운데 삼성전자는 작년 7월 본격 가동에 들어간 평택 반도체 라인에서 64단 3D(3차원) V-낸드를 안정적으로 공급해 견조한 실적을 달성했다고 밝혔다.

다만 시스템LSI 사업은 계절적 비수기로 인해 스마트폰의 두뇌인 AP(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와 이미지센서 수요가 감소해 전 분기보다 실적이 감소했다.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도 4분기 비수기에 따른 판매 둔화로 실적이 줄었다.

스마트폰 사업을 하는 IM(IT·모바일) 부문에선 4분기 매출 25조4천700억원, 영업이익 2조4천200억원의 실적을 거뒀다.

중저가 스마트폰을 중심으로 판매량이 감소한 가운데 갤럭시노트8 등 플래그십 제품 판매는 늘었지만, 성수기 마케팅 비용 증가로 영업이익은 전 분기보다 줄었다는 설명이다.

연간으로 보면 매출은 전년보다 6.0% 오른 100조3천억원, 영업이익은 1.0% 상승한 11조8천300억원이었다.

지난해 갤럭시노트7의 배터리 발화 논란으로 이 제품을 조기 단종하면서 큰 손실을 보았던 점에 비춰보면 올해 스마트폰 사업의 성적은 사실상 뒷걸음질 친 것 아니냐는 해석도 가능하다.

TV와 가전 등을 담당하는 CE(소비자가전) 부문은 4분기 매출 12조7천200억원, 영업이익 5천100억원의 실적을 거뒀다.

삼성전자는 "대표 프리미엄 모델인 QLED TV와 초대형 제품의 본격 판매 확대로 2천500달러 이상과 초대형 TV 시장에서 압도적인 시장 점유율을 기록하는 등 프리미엄 TV 시장에서의 리더십을 더 단단하게 했다"고 말했다.

또 생활가전 쪽에서도 북미와 유럽 등 선진시장의 수요 증가 속에 플렉스워시 세탁기, 듀얼 오븐 등 프리미엄 제품 판매 호조로 실적이 성장했다고 설명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