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집 키운 싼타페, 현대차 SUV 라인업 확대 예고

현대자동차가 지난 30일 신형 싼타페 미디어 프리뷰 행사를 진행했다. 2월말 판매에 앞서 간단한 제품 설명회를 진행한 것. 싼타페는 2000년 출시 이후 누적 판매 100만대를 돌파한 현대차의 대표 SUV다. 이번 완전 변경도 6년의 시간이 걸렸을 만큼 많은 공을 들였다. 개발 단계부터 '세단은 그랜저, SUV는 싼타페'란 자부심이 있을 정도다.

싼타페의 실제 모습은 더 이상 중형 SUV로 분류하기 어려울 정도로 많이 커진 걸 느낄 수 있다. 덕분에 3열 공간이 상당히 넓어졌고, 이를 내세우듯 제품 설명 자료에는 3열 헤드룸 증가, 3열 쿼터글래스 면적 증대, 3열 승하차 보조 손잡이 적용, 3열 승하차 용이성 증대를 위한 2열 원터치 폴딩 기능 등이 강조됐다. 이전까지 SUV의 3열은 탑승과 거주가 불편하다는 고정관념을 없애겠다는 게 회사 설명이다.

싼타페는 국내 소비자가 원하는 SUV의 전형적인 모습이다. 출퇴근, 자녀 통학, 쇼핑, 여행 등 다양한 주행 상황에 대응하도록 개발됐다. 여기에 신형 싼타페에서 회사가 강조하는 미덕(?)은 소비자경험(UX) 강화다. 차에 올라 시동을 켤 때부터 목적지에 도착, 내릴 때까지 자동차와 함께하는 모든 경험에서 소비자 의견을 적극 반영했다는 설명이다.

그렇다면 '전형적인 SUV'에서 소비자들이 원하는 가치는 무엇일까? 현대차는 '자녀를 위한 이동성'이란 답을 내린 듯 하다. 3열의 거주성을 강조한 이유도 주로 몸집이 작은 아이들이 탑승한다는 점에 착안했다. 여기에 초음파로 움직임을 감지해 뒷좌석에 아이를 두고 내릴 때 경고하는 기능도 마련했다. 후석승객알림이다. 이어 후방충돌감지 센서를 활용해 자녀가 문을 열려고 할 때 다른 이동물이 접근하면 문이 잠기는 안전하차 보조 등의 안전 기술도 탑재했다.

물론 SUV에서 '가족'은 대세가 아닐 수 없다. 싼타페 뿐만 아니라 최근 경쟁사 SUV 역시 가족을 타깃으로 삼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세단보다 덩치가 크고 공간 활용도가 높아 가족 단위로 이동하는 데 편리하다는 점을 앞세운다. 휴일이나 주말에 오붓하게 여행을 떠나는 가족들의 SUV 모습은 CF의 단골 소재이기도 하다.

그런데 싼타페의 '3열 강조'는 조금 낯설었다. 싼타페는 지금까지 중형 SUV의 포지션이었기 때문이다. 4인 가족 이상의 탑승객은 RV나 대형 SUV의 영역이었다. 중형 SUV에서 3열 시트는 사람이 탑승하는 경우보다 접어서 짐을 싣는 공간으로 활용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중형 SUV의 실내 공간이 갖는 한계 탓이다.

결국 신형 싼타페가 3열의 편리함을 강점 중 하나로 내세운 건 더 이상 중형 SUV의 자리에 머무르지 않겠다는 일종의 '선전포고'인 셈이다. 보다 윗급의 차종들과 경쟁함과 동시에 현대차 SUV 라인업의 세분화를 짐작할 수 있는 단서이기도 하다. 경차, 준중형차, 중형차, 준대형차, 대형차 등 세단 분류가 세분화된 것처럼 SUV 역시 제품 구성이 보다 촘촘해질 것이란 의미다. 최근 소형 SUV의 흥행은 이 같은 움직임에 힘을 실어준다. 현장에서 만난 싼타페 개발 임원의 대답은 짐작에 확신을 더했다. 신형 싼타페는 중형 SUV 너머를 보고 만든 차라는 점 말이다. 그의 말은 이렇다. "주력 소비층의 요청이 아니더라도 3열 시트에 대한 수요는 항상 존재해왔습니다. 패밀리 SUV로 최대한 많은 소비자 요구에 대응하는 방향으로 개발을 한 것이죠. 신형 싼타페의 몸집이 커진 이유가 중형을 넘어 대형 SUV도 일부 흡수하자는 차원이었습니다. 라인업 사이의 간극은 또 다른 신차로 채워질 수 있으니까요. SUV 라인업의 세분화가 (현대차의) 큰 방향성이거든요."
[하이빔]현대차가 싼타페 3열을 강조한 이유

안효문 기자 yomun@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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