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연일 부동산 투자 규제책을 내놓고 있지만 부자들은 부동산을 팔 생각이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KEB하나은행과 하나금융경영연구소는 이 같은 분석 결과를 담은 ‘2018년 대한민국 부자 리포트’를 31일 발표했다. 이 리포트는 금융자산이 10억원 이상인 KEB하나은행 프라이빗뱅커(PB) 고객 808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를 기반으로 작성된 것이다.

리포트에 따르면 정부가 다주택자에 대한 세제 부담을 높이는 등의 부동산 투자 규제책을 내놓은 이후 보유한 주택을 매각했다고 답한 응답자는 4.7%에 불과했다. 또 응답자의 58.6%는 2~3년 안에 투자용 부동산을 매각할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전체 응답자의 85.6%는 거주용이 아니라 투자 목적의 주택을 한 채 이상 보유하고 있었다. 자산 포트폴리오는 부동산이 50.6%, 금융자산이 43.6%로 부동산 비중이 더 컸다.

응답자의 40%는 향후 5년간 국내 부동산경기가 정체될 것으로 내다봤다. 38%는 완만하거나 빠른 속도로 침체될 것이라고 예상했고, 22%는 회복될 것으로 전망했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 관계자는 “부동산 경기가 회복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난해 조사 때보다 7%포인트 늘어났고, 실물경기가 회복될 것이라고 전망한 응답자도 지난해(10%)에 비해 큰 폭으로 증가한 33%에 달했다”며 “부자들의 경기 전망이 지난해보다 긍정적으로 전환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들의 가구당 월평균 지출액은 1059만원으로 일반 서민 가구(336만원)보다 3.2배 많았다. 일반 서민 가구의 월평균 지출 규모가 전년보다 1.7% 줄어든 데 비해 부자들은 9% 늘었다. 지역별로는 강남3구에 거주하는 부자들의 가구당 소비 규모가 1141만원으로 가장 많았고, 그 뒤를 지방 부자(1084만원)들이 따랐다. 서울 내 비강남지역 부자들은 월 975만원, 수도권 부자들은 월 946만원을 쓰는 것으로 집계됐다.

응답자 중 자녀에게 상속 및 증여 등을 하지 않고 전 재산을 노후자금으로 활용할 계획이라고 답변한 부자는 10%였다.

윤희은 기자 soul@hankyung.com